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 지은 하얀 쌀밥이 먹고 싶다. 보리를 섞어서 먹는 밥 말고 그냥 하얀 쌀밥말이다. 그 쌀밥을 한 그릇 가득 담아 푸~욱 한 숟가락씩 한 숟가락씩 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을 거 같다. 그 달콤함에 입에 침이 고인다. 내가 그렇게는 먹을 수 없으니 꿈만 꿀뿐이다.
여름이 되니 옥수수도 먹고 싶다. 바로 쪄서 먹지 못하더라도 살짝 꾸덕꾸덕해진 옥수수를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톡톡 터지는 기운을 또 그 단맛을 입안 가득 느껴보고 싶다. 엊그제는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거실 바닥에 두고 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받아 들고는 한 입 두 입 밖에 먹질 못하였다. 냄새만 맡아도 입에 침이 고이는데 참느라 혼이 났다.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름이면 하루에도 대여섯 잔씩 마시던 냉커피도 마시고 싶다. 돈 주고 사 먹는 라떼도 맛나지만 내가 집에서 커피:프림:설탕을 내 입맛에 맞춰서 1:2:1.5의 비율로 타서 마시는 달달한 냉커피가 그립다. 여름이 시작될 때 커피를 두 통이나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이다.올여름은 혈당 조절에 비상이 걸렸기때문이다.
가끔 아래층에 사시는 고모께서 올려 보내주시는 복숭아도 양껏 먹어보고 싶다. 매번 껍질을 벗겨서 작은 아이를 위해 통조림을 만들어 냉동고를 채워둔다. 난 껍질 까면서 두세 조각 입맛만 다시는 거로 만족한다. 어떨 때는 참지 못할까 봐 아예 입에 대지도 않을 때도 있다. 양껏 먹었다간 혈당측정기에서 바로 알아차린다.
가끔은 아이들이 남기는 라면도 버리지 않고 먹어치워버리고 싶다. 작은 아이는 양이 적어서 가끔 라면을 남기게 되는데 아빠가 곁에 있다면 다행이지만곁에 없는 낮시간엔 어김없이 변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먹을 수는 없는 것들...그냥 라면보다 컵라면이 이렇게 먹고 싶어 지다니...
가끔은 빵이나 케이크 같은 것도 먹고 싶다. 식사 외에 추가로 간식 정도로 먹기에 얼마나 간편하고 맛있는가. 사르르 입안에 녹는 밀가루와 살짝 섞인 버터며 여러 재료들이 어우러져행복감을 주는 그 맛~! 가끔 한조각정도 맛만 볼 뿐이다.
떡볶이도 참을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이다. 가끔 야식으로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시장에 있는 ○○분식까지 열심히 걸어서 다녀온다. 그 정도 걸었으니 나에게 약간의 선물을 부여해 준다. 가끔 특정 떡볶이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떡볶이를 먹기도 하는데. 그 브랜드 로제떡볶이는 국물이 너무 참기 힘들어 숟가락으로 떠먹기도 하곤 후회한다. 흐흑~
내가 당수치가 정상을 벗어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조심하게 만들고 일상의 평범한 행복을 조금은 빼앗아 간 듯싶다. 하지만 그 이면엔 당 조절을 위해 시작한 건강한 식습관이 나에게 어쩜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내가 불쌍해지지 않을까.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해 볼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얼마 전엔 잔소리쟁이 남편이 걱정해 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렇게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단백질흡수가 어렵다며 TV에서 봤다는 건강 상식으로 내 걱정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만 먹다간 면역력이 약해져 당말고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단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좀 더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먹는 만큼 더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
힘들지만 해보자~
오늘 점심 식후혈당이 151(기준은 140)이었다. 조금 배 부른 느낌이 든다 했더니 여지없다. 녀석은 내가 점심에 먹은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식후에 운동 나갈 시간이 없었음도 알고 있었다. 혈당을 떨어뜨리려 땡볕에 두어 번 산책을 다녀왔다. 내가 직장인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직장 생활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운동 다닐 수는 없을 테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함을 또 느낀다.
맘껏 감사하자. 이 정도 임에 감사하자. 아직은 약을 써서 조절해야 할 정도는 아니니 스스로에게 자꾸만 힘을 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