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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진단평가를 앞두고

by 날마다 하루살이

어제 알림장을 보고 놀랐다. 해마다 학기 초에 치르던 진단평가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2학기를 시작한 이 시점에 진단평가는 처음인 것 같다. 내가 갑자기 떨려오기 시작했다.


6학년 큰아이 알림장을 먼저 보았다.

"○○, 진단 평가 본다며?"

"네~"

"확인 안 해봐도 되겠어?"

"네~"

묻고 보니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내일이 바로 시험인데 하루 동안 공부한다고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는가.. 그냥 평소 실력으로 보는 거지~ 나 때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는 월말 평가가 있었는데 특별히 따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른 것 같진 않다. 그래,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 믿어보자. 마음 한구석 약간의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녀석의 평소 행실을 보면 믿어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잠시 후에 학교 종이 어플에서 또 다른 알림음이 울린다. 이번에는 작은 녀석의 알림장이다. 아... 바로 개학한 일상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계속되는 학교 통신문들... 대충 보는 것도 있고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있다. 3학년 작은 아이의 반 알림장은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한 가지이다. 아직은 어리니 엄마가 챙겨야 할 것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라? 3학년들도 진단평가라고? 국, 수, 사, 과, 영? 아하... 교육현실이 달라지고 있구나... 큰 아이 경우와 다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휴우~ 잘할 수 있을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너무 걱정되는 순간이다. 그 결과를 보고서 나의 마음가짐은 또 어찌 달라질까.


큰 아이 때도 물론 이런 과정을 겪었다. 걱정하고 불안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고... 특별한 사교육 없이도 잘하고 있는 듯한 결과물을 받게 되니 비로소 진정이 되었다. 다행이었다. 작은 아이의 결과물은 어떤 모습 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낡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같이 변하는 세상에서도 먹힐지는 모르겠다. 부모가 개입한다면 과연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여기저기 "좋은 학습법"이라며 소개된 것들을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습관 들이기는 필수이다. 그 중심에는 엄마의 역할이 가득 담겨있다. 난 너무 무심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무심함이 믿음과 신뢰에 바탕이 된 것이 되려면 좋은 결과지를 받아 들었을 때이다.


큰 아이 때의 믿음이 작은 아이에게도 이어지길 바라지만 개인차가 있음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부모의 몫이리라. 본인이 그 결과에 불만이라면 행동을 수정할 것이고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너희들이 행복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니까.


진단 평가를 앞두고 맘이 복잡하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 이후로도 인생의 과업에 마주칠 때마다 같이 고민하겠지. 부모에게도 끝없는 과제일 것이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매 순간 그렇게 잘도 견디셨을까. 힘든 시간 아빠 없이 홀로 버티고 흔들렸을 엄마를 그려본다. 새삼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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