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며, 건강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지키겠다고 서약합니다.
● 나 ○○○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그 시간을 지키겠습니다 ◇ 평일 : 1시간 ◇ 주말 : 3시간
(이하 생략)
학교에서 엄마한테 사인받아오라고 했다며 서약서를 내밀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예방 차원인 것 같다. 녀석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다.
일단 큰일이다. 선생님께서 정해주신 시간은 우리 집에서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단, 1시간씩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 추가한다해도 택도 없는 시간이다) 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는 특별히 숙제를 하는 시간 말고는 거의 폰을 보면서 아이들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까 평소에 폰을 안 보는 시간이 약속하고자 하는 폰 보는 시간 정도에 해당된단 말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것보다 해야 할 과제가 잘 처리되는지가 중요한 것이아닐까.
만일 그날 숙제가 있고 그 숙제의 분량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만 마치면 우리 집에선 언제든지 폰을 볼 수 있다. 대신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하교 후 잠들 때까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란 것이 한정되어 있다. 가끔 체스나 오목을 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폰을 보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폰에 집착하는 일이 더 적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있음 정해진 시간에 손에서 폰을 딱 놓는다.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잘 지키고 있다. 대신 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폰을 놓는 시간을 정한다.
우리 집에서 지켜야 하는 폰 사용 규칙은 딱 두 가지뿐이다.
1. 이동 중인 차 안에서는 보지 않기
2. 걸어 다니면서는 보지 않기
이렇게 딱 두 가지만 지키고 해결해야 할 그날그날의 숙제만 해결하면 언제든지 폰을 볼 수 있다.
폰 사용 시간을 지정해 두면 더 집착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보려고 할 것이다. 길거리에 다닐 때 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잠깐 이쪽 학원에서 저쪽 학원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폰을 보고 학원이 마치자마자 폰부터 켜고 걷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집에 가면 못 보니까 길거리에서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문제상황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우리 집에선 폰 사용이 자유로울 것이다.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많아지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폰을 놓는 시간도 필요해지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만약"은 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그때엔 그때의 새로운 규칙을 약속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