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
~2011. 9. 2~
오늘은 ○○○ 교수님 (기형아 검사 담당) 진료다. 예전에 첫 수술해 주신 분인데 , 날 기억할 수 있을까?
초음파실에 누워 있었는데. 선생님이 먼저 인사해 주셨다.
"오랜만입니다."
날 기억하고 계신 걸까 아님 차트를 보고 자신의 수술 기록을 봤기 때문일까.
암튼 선생님은 조심스레 초음파를 보시면서 이것저것 설명하시다가,
"아기가 아빠를 닮았네요~"
라고 하신다.
우리 서방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데.. 라며 생각하다가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확인차 물었다.
"아들이란 뜻이에요?"
"네~ 아빠가 아주 좋아하시겠어요."
라시며 무언가 계속 보여주셨다.
난 또 혹시나.. 해서,
"그게 혹시 성기인가요?"
했더니
"아직은 작지만 맞습니다~"
순간 좋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울서방이나 아버님, 어머님... 좋아하실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도 잘된 일 같기도 하면서, 내가 딸을 낳아서 그렸던 그림들이 좀 멀어진 서운함이 밀려왔다. 나의 '소소한 재미'가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울서방이 기뻐할 걸 생각하니 좋기도 했다.
녀석이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도 보았다.
예상대로 우리 서방은. 엄청 좋아했다. 겉으론
"아들보다도 건강하다니까 더 좋다"란다.
<며칠 후>
지난번 메모에 적어두지 못한 내용이 있다. 난 사실 딸이든 아들이든 감사히 받겠노라 했었다. 하지만 딸이라면 더 좋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치만 그 실망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많이 섭섭했다.
그로 인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부모마음..!
자식에 대한 기대를 접는 연습..
앞으로도 마음 접을 일들이 엄청 많아진다고들 한다. 뜻대로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받아들이는 연습을 지금부터 난 시작했다. 실전에 잘 적용될 진 잘 모르겠지만 날 먼저 잘 다스려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