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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Sep 26. 2024

양수검사

2011. 10.20

이 사진을 받아 들던 날이 생각난다.
사진 속에 찍힌 대로 9/30이다.
9/2 병원 방문 이후 하루하루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지난번처럼 너무 궁금한 나머지 가까운 영동병원엘 또 가려고 맘먹기도 했었다.

그렇게 기다리며 찾은 병원이었는데 너의 모습을 조금 본 기쁨도 잠시, 선생님께서 아~주 불안한 의견을 내놓으셨다.
우린 모두 "아닐 거야"라고는 말하고 있었지만 각자 모두 가슴은 철렁 내려앉아, 1주일 동안(양수 검사 발표까지)은 거의 신나는 웃음소리 없이 보내야 했다.
물론 1주일 뒤. 그 걱정은 그저 걱정일 뿐이었음이 밝혀지긴 했지만. 너의 얼굴을 직접 보고, 손을 만져 보고, 발을 만져 보기 전까지 난 조금씩 더 마음을 계속 추슬러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또 너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예전의 설렘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맘에게 자리를 빼앗기긴 했어도... 기다려진다.

너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변해가고 있는지 넌 아마 모르겠지. 나중에라도 알게 될까?

이런 "작고" 그러면서도 "커다란" 변화가  뭘 의미하는지 알아주길 바란다. 나중에 너에게 얘기해 줄지는 모르겠으나 네가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그러니까 난 소망한다.
네가 "그렇게" 자라주길...

너 자신이 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일담>

양수 검사하고 온 날이었던 거 같다. ○○이(일 년 먼저 태어난 조카) 재운다고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눈물이 나서 혼났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어
  .
  .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
  .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그댈 위해 되고 싶어
  이렇게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너는 아니
  우~~ 우  
  이런 나의 마음을 ~

기형아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어 양수 검사까지 받게 되었다.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에게 양수 검사는 필수이기도 했던 거 같다) 양수 검사 자체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기에 시술 전 복잡(?)한 서명 절차가 있었던 거 같다. 그에 비해서 검사는 비교적 간단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검사가 그렇듯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검사 결과를 듣게 되기까지 그 일주일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받았고 지금 우리 곁엔 사랑스런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다.


양수 검사로 마음이 약해진 그날 동생이 집에 왔었나 보다. 자그마한 조카를 재우려고 노래를 불렀었나 보다. 약해진 맘 틈새로 감정이 흘러 넘쳤었나 보다. 그때의 나의 기분과 맞물려 눈물이 흘렀나 보다. 눈물은 그렇게 흐르더라. 이 세상 그 무엇도 눈물만큼 진실된 것이 없음을 지금난 알아버렸다. 간절한 마음만큼 진심이 담긴 눈물이었을 것이다. 노랫말에 나의 감정이 실리니 걷잡을 수 없었나 보다.


양수 검사는 그렇게 지나갔지만 그 뒤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내겐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난 고위험 산모였으니까.


궁금하여 다음 장을 또 넘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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