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03. 2024

태동을 느끼다

2011. 11. 1


너의 정면 얼굴이란다...
첨에 받아 들고는 무슨 사진인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님이(간호사인 여동생)가 설명해 주어 겨우 알아차렸다.

종진 씨도 마찬가지..
나보다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알아보았다.
코가 오똑하다나?ㅋ
바람일 것이다.

요즘은 너의 움직임이 확실히 느껴진다.
처음에 긴가민가 했던 것들이 이제서야 그게 바로 '태동'이었음을 알았다.
물론 TV에 나오는 장면 또한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너가 잠시 잠을 잔다거나 할 땐 너무 궁금하단다.
또 어디가 아픈 걸까 싶어서...
하지만 날 안심시키기라도 하듯. 다시 소식을 전해온다.
고맙고.. 반갑다~♡♡♡

태동을 느끼는 일은 정말 신기했다. 처음에는 정말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태동이 느껴지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둔한 걸까, 아님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지 못한 걸까.. 여러 생각들이 스치는 시간을 지냈다. 아마 여러 번 유산의 경험은 날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던 거 같다.


드라마 속에서 종종 처음 태동을 느끼는 장면을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내가 직접 태동을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다. 처음 느끼는 태동은 깜짝 놀랄 정도의 강한 느낌이라기보다 긴가민가 하는 정도라는 것을.  드라마 속 표현이 조금은 과장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점점 더 지나고 나서야 확실한 느낌이 느껴진다. 움직임에 따라 배 모양이 출렁거리는 모습도 보이니 신기해서 비디오로 촬영도 해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스마트폰 시대가 아니었기에 캠코더로 포착하느라 스릴도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정말이지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던 시간들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커나가는 만큼 걱정거리가 내 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녀석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려워하는 부분을 마주하면 엄마인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니 정말이지 행복감만으로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일이 잘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묵은 일기를 읽다 보니 그때 그 감정들이 다시 떠오른다.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행복감에 젖어있구나.


힘든 시기가 궁금해 다음 장을 또 넘겨 본다.


이전 11화 양수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