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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10. 2024

임신성 당뇨 판정

2011. 11. 13 / 2011.11. 29

~2011. 11. 13~

이렇게 많은 고비(이번엔 당수치가 문제란다. 내일은 그래서 재검사받는다)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저 "이번엔 임신이다!!!!"란 기쁨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었는데...

여러 걱정과 근심을 겪으면서 너 또한 마음이 복잡해지지 않길 바라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닐 테지... 하지만 그 또한 네가 배워야 할 삶의 일부가 될 테니까 '미리 연습해 둔다'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듯싶다.ㅎ

많은 일들이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또한 지나간다는 거...
거부하려들지 말고 순리에 따르며 살도록!
나도 다짐하고 너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태담"이란 것이 난 좀 쑥스럽다. 내가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를 네가 알아주길 바랄 뿐이야~

꿀벌.. 안녕..
내일은 병원 가는 날.
네가 무사하길 바란다~

~2011. 11. 29~

꿀벌! 며칠 뒤엔 또 널 만나러 간다.  엄청 엄청 기다려지던 날들이. 언젠가부터는 걱정이 앞선다.

네가 뜻대로 잘 자라주지 않는 모양이야.

난 "임신성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고, 그에 맞게 먹고 또 움직이고 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ㅠ

며칠은 안 하던 운동이란 걸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땀도 많이 나고. 땀냄새도 너무 역했다. 오늘쯤 되니까 조금은 적응된 거 같다.
소화가 잘 안 되는지 배변이 잘 안 되는지 배가 좀 거북했었는데 아까는 시원하게 해결도 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도 한결 낫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네가 잘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뱃속에서 만져지는 너는 좀 자란 듯한데, 팔다리가 좀 더 길어져야 한다는구나.

담에 보자~~


나의 임신기간 중 최대 고비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기의 뇌에 이상이 생긴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운동했다.

병원에서는 한 끼 식사로 적당한 양의 음식들과 적당한 칼로리를 교육받았고 그에 맞게 식단을 조절했다. 물론 언제나 배가 고팠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양 외엔 절대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식후에는 반드시 운동 한 바퀴를 다녀와서 혈당을 떨어뜨리고 혈당을 잰후 매번 수첩에 적어 관리했다. 다음 진료 때마다 담당 선생님께 가져가 시험지 보이듯 보여드렸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로 들어섰기에 더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꽁꽁 싸매고 식사 후 밥 숟가락 놓자마자 운동을 나섰다. 공복 혈당, 식후 혈당, 취침 전 혈당! 총 하루 다섯 번 꼬박꼬박 잊지 않았다. 잠들기 전 마지막 혈당 체크 때 숫자가 기준까지 떨어져 있지 않으면 야밤에 맨손체조까지 하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밤에 체조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팔 들어 올리기조차 힘들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운동이라면 지긋지긋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내 아기를 위해서... 내 아기가 바보가 될 수도 있다잖아... 버텨내야 해~~~ 매 순간 다짐했다.


운동을 하고 오면 유난히 찝찝한 발을 남편이 닦아주었다. 배가 불러 발 닦기가 불가능한 시기였기에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언젠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내가 그랬어?"라고 까맣게 잊고 있던 남자다. 지나고 보니 잊히는 것도 당연하리라. 이 모든 일들이 정말 꿈만 같다. 내게 다정하게 굴던 그 남자도... 요즘은 설거지도 안 하는 남자. 그때 그 남자 어디 간 거야... 헤헤~^^


잊고 있던 기억들...

작은 일기장을 펼치면서 새록새록 기억을 살려준다. 그땐 그 작고 소중한 일상들로도 하루가 풍성했었구나. 매순간이 진심이었다.


그 시절 다음이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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