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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17. 2024

임신성 당뇨와 함께하기

2011.12. 6 / 2011. 12. 7


~ 2011. 12. 2,~

몇 장째 계속 비슷한 사진이다.
얼굴이 좀 더 또렷해진 건지도 잘 모르겠다.
담 진료땐 태동검사란 걸 한단다.
그건 아무 문제없길 바랄 뿐...

~ 2011. 12. 6 ~

오늘은 소변에서 케톤이 나왔어.
색깔이 지난번보다 조금 더 진하더라.
네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니 걱정이다.
운동하고.. 잘 먹고..
내일 한번 다시 보자!
1주일 정도 괜찮아서 맘 놓았었는데...
하나가 정리되려니 다른 것이 문제다.
정말이지 어렵구나!

케톤이 한 번 나오면 애기뿐 아니라 내 머리까지도 멍해진다. 혈당수치가 기계에 선명하게 뜨고 수첩에 옮겨 적고 나서도 한참 생각했다. 다시 또 2시간 혈당을 재야 하는지...
정신 차리자!

~  2011. 12. 7 ~

안 걷던 걸음걸음..
갑자기 걷는 걸음에 몸에 무리가 오고 있다. 발가락이랑 무릎관절이 많이 아프다. 잠시 아픈 거야 참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병'이 깊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다.

병.. 병이라...
이 단어가 이젠 어색하지도 낯설지도 않게 되었다. 언젠가 '좌골신경통'이란 병을 앓고 나서 '내게도 이런 일이?'라고 의아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 같지 않은 몸의 신호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혈당은 괜찮았다. 하루에도 당뇨측정기에 뜨는 두세 자리 숫자 때문에 몇 번씩 기분이 변하게 된다. 어젠 ○○(남동생)한테 신경질을 좀 부렸다.
이 또한 '병'이 아닐까 싶다.

* 케톤: 체내에 당이 부족해지면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물질이란다. 이때 생성된 케톤이 아기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조심해야했다. 그러니 혈당 조절한다고 너무 적은 양의 식사를 해도 안된다는 뜻이었다.  적당량을 먹고 적정 혈당을 유지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임신 소식으로 마냥 행복했던 시기가 지나고는 임신성 당뇨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지금도 당수치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엔 몸도 무거워 발목이나 무릎관절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그 당시에 찍어둔 사진 속에 내 발은 코끼리 발만큼 부풀어 땡땡해 보였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몸에 무리가 와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와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사람을 불안케하는 최대 요소인 것 같다. 그 불안을 해소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했다. 걷고 또 걸었다.(사실 지금도 걷고 있지만)


앨범을 뒤져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때의 나는 목소리가 경쾌했구나~^^



첫 아이를 만나는 길이 이렇게 험난했다. 난 하루 세 번 같은 코스로 운동 겸 산책을 돌고 1시간 식후 혈당(기준:140 이하)을 쟀었는데, 그 수치가 정상이 아니면 한번 더 돌고 와서 2시간 혈당(기준:120 이하)을 재곤 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며 걷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눈이 많이 오던 날엔 하루쯤 쉬라고 주변 지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하나하나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힘듦' 자체는 뚜렷하게 기억난다. 1시간 혈당이 기준에 못 미쳤을 때 되뇌던 말이 생각난다.

"아휴~~  또 나가야 해?"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시 옷을 챙겨 입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맞았다.


그 시기를 기억해 주시는 동네 분도 계셨다. 모르는 분이셨는데 어느 날 유모차 끌고 지나는 내게 말을 거셨다. "임신해서 매일 운동 다니더니 아기 낳으셨네요~" 난 매장 안을 들여다보진 않고 지나쳤지만 그분은 매장 안에서 날 본 적이 꽤 있으신 모양이었다. 아는 사람에게 인사하듯 내게 말을 건넸다.


임신성 당뇨를 겪으면 일부에게 당뇨병이 유발된다고 한다. 내가 그 위험인자를 갖게 되어 지금도 조절해야 하는 당뇨전단계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매번 혈당 신경 쓰느라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부분은 아기에게 많이 미안하다. 좀 더 편안하게 뱃속 생활을 즐기고 엄마의 행복한 기운을 좀 더 나눠주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하다. 어떨 땐 내가 그리 예민하게 굴어서 큰아이가 저리 예민한 건 아닌지 인과관계가 맞는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하던 때도 있었다.


걸을 때  나의  움직임과 몸상태를 생각해 보니 임신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출산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궁금하니 다음 장을 또 넘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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