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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24. 2024

임신 막바지

2012. 1. 5

~ 2012. 1. 5 ~

한동안 너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뭐가 그리도 바쁜 건지...
요즘엔 잘 자지도 않던 낮잠까지 자고 있다.
잠깐 누워서 쉬려 하면
어느새 잠들어버린다.

한때는 너무도 간식 시간이 기다려졌었는데
이제는 하루종일 배가 빵빵하다.
잠자는 게 먹는 거보다 간절해졌다.
간식 타임이 귀찮을 정도!

그나마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몸 상태가 괜찮다.
낮에 목욕탕에도 다녀왔는데...
낮잠을 아주 잘 잔 모양이다.

내일은 아빠랑 같이 오랜만에 병원엘 간다.
많이 먹어서 네게 충분한 영양분이 전달되도록 나름 노력했는데...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내일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임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간수치가 치솟았다고 해서 내과 진료를 병행했던 기억이 난다. 혈당 조절 하느라 맘껏 먹지 못해 간식 타임에 먹는 사과 반쪽과 우유 한 병을 그렇게 기다리며 참았었는데... 간식타임 보다 이 더 간절했다니 몸상태가 어땠었는지 짐작할 뿐이다.


병원 검사 결과를 살펴보고 이 정도 수치면 간암 환자가 가진 수치라고 간호사 동생이 말해주었었다.

"언니야, 엄청 피곤하나?"

동생이 물었던 기억이 있다.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피곤"이란 상태는 늘 나와 함께하는 것이었고 임신 기간이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수시로 돌봐드려야 하는 엄마가 뇌졸중으로 누워 계셨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를 챙겨 드리고 수시로 소변봐드리고. 특히 곤히 잠들었다가도 엄마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일어나야 했었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은 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시간이 내겐 일상이었고 '피곤'은 늘 곁에 있는 친구 같았기에 조금 더 눕고 싶다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나의 임신 소식에 남동생이 임신 기간 중에 엄마를 케어하고 집안일을 돕느라 우리 집에서 같이 생활하였지만 혈기왕성한 젊은이는 집안에만 있기엔 답답했을 것이다. 녀석은 수시로 친구들과 놀러 다녔고 오후쯤엔 주로 친구랑 낚시를 다녀오곤 했었다. 그러니 밤엔 곤히 잠든 녀석을 깨우기 힘들었다. 두세 시간 간격으로 엄마 소변봐드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누나! 나 깨우지 그랬어~~~"

녀석아 곤히 잠든 모습을 보고 우찌 깨우겠니..


간수치는 신기하게 출산을 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과 진료를 보고서도 어떤 처방도 받지 않았는데 정상이 되었으니 생명 현상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선생님께서 곧 출산이 다가오니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곧 출산인가 보다. 처음 겪는 일에 긴장도 되고 아기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었다.


다음장을 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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