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1
~ 2012. 1. 31. 새벽 1:23 ~
잠깐 잠이 들었는데 뱃속에서 무언가 "툭" 터지는 소리에 잠이 깼다.
꿀벌이 태동인 줄 알았는데..
잠시 후 바로.. 무언가 주르륵 흐르는 느낌!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양수란 것이 터진 거 같다는 직감이었다.
다행히 아빤 운전할 수 있는 상태(?!)였다.
,..
...
...
그리도 빨리 진행되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이지 땀 한 방울도 나지 않고 두 번 만에 너가 나왔다. 간호사는 너를 내 배 위로 올려놓고 선생님은 이것저것 처치를 하셨다.
난.. 말이지..
너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도 기쁜 "웃음"을 웃고 말았다~
간호사가 "태변 먹은 것치곤" 양호하다는 말을 하곤 내게 보여주었다. 너를 본 순간 내 느낌은 너무도 똘똘해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너는 인큐베이터에서 나는 6인실 병실에서..
나의 상상대로라면 너를 첫 대면하는 순간 너무도 감동이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인큐베이터 안의 너를 처음 봤을 때 그저 신기하고 안타깝지만 감동(?)은 미안하지만 아니었던 것 같다.
날 처음 뭉클하게 한 건.. 너가 아니라 아빠였다. 첫날 아침 먹고 오라니까 [김밥 + 라면]을 먹고 왔단다. 맛있는 거 먹으라 했더니 그게 먹고 싶더란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다.
담날 아침엔 진짜 맛있는 거 먹으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병실 복도를 천천히 운동삼아 걷고 있는데. 커다란 컵라면을 하나 들고 오는 아빠 모습이 보였다. 속이 좋지 않아 이걸 먹기로 했단다. 한참 후에 사실은 다른 곳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식당 앞에 갔다가 컵라면이 젤 싼 것 같아서 사들고 왔더란다. 순간 뭉클해졌다.
안쓰럽고.. 고맙고.. 미안하고...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이 핑 돌았다.
컵라면을 먹던 배선실에서 한 아주머니에게서 들었던 "기분 좋은" 말을 적어두지 않을 수 없어 간략히 적어두련다. 이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는 우리에게 "하나로도 충분한" 녀석이란다. 무슨 뜻인지 잘 새겨들으라면서 너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예언(?)을 해주는 것이다.]
사실 점이란 것이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분 좋은 말은 귀에 꽂히는 법이다.
손이 아프다.
팔도 아프다.
다리도 마찬가지..
한동안 기록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
너가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오늘은 전해 들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 면회를 가지 못했거든..ㅠ)
예쁘고 건강하게 있다가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