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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Sep 19. 2024

체기 증상으로 고생한 명절

2011. 9. 15(16) 새벽 2:22


추석이 지났다.
이번 추석을 보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주변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이야...
휴우~~  나날이 행복하다.
며칠 전까지 썩 내키지 않던 "그 마음"도 이제는 너무도 감사하다.

님이(여동생)네 결혼 2주년 경주 여행에 합류하려다 포기하게 된 일이 있었다. 한동안 쇼핑을 하려고 생각해 두었던 것을 이번 기회(대형마트에 갈 수 있는 명절!)에 결실을 맺기로 서방하고 계획한 일이다. 시댁 근처 롯데마트에 갔다가 나의 저질 체력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여행 계획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너무 체력이 다운된 상태여서 음식물 소화가 어려웠었나 보다. 완전 밤새도록 토하고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엄청 고생했다. ○○(남동생)가 곁에서 보았다면
"가지가지한다! 여러 사람 귀찮게~"ㅋㅋ
라고 놀렸을 것이다.

추석날 저녁이 다 되어서 ♤♤이(친구 1)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 2)랑 셋이서 만나기로 했다. 결혼한 뒤로는 이렇게 명절 때 가끔 만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난 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나의 이야기보따리를 좀 풀어볼 요량으로  나가 볼 결심을 했다. 근데.. 수다쟁이 ♤♤이는 제 경험담 얘기하느라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ㅋ
역시 내 친구~!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무려 2시간 넘게 얘기했다.
몸에 또 무리가 된 것이다.
담날은 과외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하루종일 힘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작정 쉬기로 했다. 과외 학생이 못 온다기에 잘되었다 싶었다.

낼은 좀 나아지려나...

난 지금까지 살면서 소화가 안 된다든지 체기가 있다든지 속이 불편한 느낌을 거의 모르고 살아왔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체해서 고생했던 날이다. 명절이 되어 찾은 시댁에서 어머님께서 차려주시는 식사 시간. 너무 맛있게 허겁지겁 먹었나 보다. 많이 먹은 거 같지는 않았는데 몸상태가 안 좋았는지 그만 체하고 말았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체기 증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배가 아프다'라는 통증보다는 내장기관이 움직이지 않고 제기능을 모두 놓고 파업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누워도 저렇게 누워도 불편하고. 앉아있어도 불편하고 돌아다녀도 불편했다. 그래, 그것은 통증이라기보다 강한 불편감이었다.

다행히 다음날 괜찮아졌나 보다 친구들을 만난 것을 보니... 친한 친구 셋이서 이렇게 즐겁게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낸 것이 아마 그날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함께 만날 시간이 잘 맞지 않았고 각자의 생활로 시간 맞추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날엔 그날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해 명절 시댁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우리 시댁이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성기가 찍힌 초음파 사진을 서로 돌려가며 보고 웃었다. 표현이 잘 없으신 아버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한 생명이 이렇게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었다.


그날 시댁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 했던 장면을 생각하니 어느 정도 배가 불렀고 움직임도 둔해지던 시기였음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 마음 어느 한 구석 걱정과 근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맑은 맘 상태였음도 생각난다.


다음장을 또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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