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점심 식사 후엔 혼자서 운동을 나간다. 혼자서 집에 있게 되는 그 시간, 나름 규칙을 갖고 지키려 한다. 30분 남짓 걸리는 그 길을 그야말로 열심히 걷는다. 그렇게 걷지 않으면 혈당이 정상수치로 내려오지 않아서 그냥 무조건 걷는다. (당뇨 전단계라고는 하지만 아마 남들처럼 맘껏 먹고 운동 않고 혈당을 재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혼자 걸을 때는 걷는 것에만 오로지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이어서 또 좋다. 요즘은 혈당이 걸은 만큼 결과를 보여주니 좀 힘들 때도 있지만 기분도 좋다. 맘이 편해졌다.
아침, 점심은 혼자 걷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는 남편과 같이 걷는다. 남편은 요즘 특정 막걸리의 맛에 길들여져서는 매일 한 병씩 마시고 본인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 막걸리는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하나로 마트에만 납품되는 막걸리여서 일부러 저녁 운동도 할 겸 하나로 마트로 따라나선 지 몇 개월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 네 식구는 각자의 자유 시간을 보낸다. 보통 두 녀석들은 폰을 보고 남편은 야구를 보면서 나름의 휴식을 즐긴다. 나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설거지를 마치고는 남편과 함께 그 특정 막걸리를 맞으러 집을 나선다.
"엄마 아빠 마트 갈 건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요~~~"
큰 아이의 대답은 늘 똑같다. 진짜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먹고 싶은 떡이나 과자를 얘기한다. 작은 아이는 늘 주문하는 과자가 정해져 있어서 특별히 묻지도 않고 그냥 떨어지지 않게 늘 사다가 쟁여둔다.어쩜 이리도 먹고 싶은 게 없을까...
오늘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늘 다니던 길 말고 다른 길로 걷자는 남편을 따라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휴식에 돌입하고자 나 역시 폰을 집어 들었다. 나의 휴식 시간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폰을 보는 경우가 많다.폰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폰을 집어 들고는 깜짝 놀랐다.
어라?
부재중 전화?
누구지? 과외 학생인가? 오늘 못 온다는 건가?
했더니 뜻밖의 이름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다름 아닌 큰 아이였다!
웬일이니 네가 엄마한테 전화를 다 하고...
"○○, 엄마한테 전화했었네?
뭐 먹고 싶은 거 있었어?"
"아니요"
(대답도 단답형이다)
"그럼 왜 전화했어? 엄마 마트 간 줄 몰랐어?"
"아뇨, 알고 있었어요~"
(이쯤 되면 답해 줄 법도 한데 녀석은 정확한 질문이 들어가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럼 왜 전화했어?"
"어디쯤 오는지 궁금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 그건 그렇지...
어디쯤 오는지 궁금할 수 있지...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잖니.
네 말대로 궁금할 법도 한데 말이지...
엄만 얼마나 놀랐는지
이 뜻밖의 반가운 전화를 캡처하고는
이렇게 수다를 늘어놓고 있구나~~~
더 자라면 자기 방 문 닫고 들어가 나오지도 않는다는 사내아이들의 사춘기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터라 오늘 너의 전화 한 통이 이렇게 엄마를 설레게 하는구나. 제발 지금처럼만 자라주길.엄마도 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 가끔 확인시켜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