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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Sep 09. 2024

미끼 상품 초3 귀요미

2024년 어느 봄날

(난 집에서 방 한 칸 비워두고 개인 과외를 하는 수학 선생님이다)


옆집에 초3 우쭈(둘째 아이)의 친구가 산다.

그 아이의 엄마는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 상태로 두기엔 불안하다며 어떻게 해서든 공부를 시키고 싶어 했고, 끊임없는 설득 끝에. 우리 아이와 함께라면 공부하겠다고 했다며 공부 시작을 내게 요청해 왔다.

우쭈라...

우리 애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에 넣고 싶지 않았지만 우쭈는 조금 불안하던 차에 내게도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 싶었다.

난, 우쭈를 설득해야 했고

비교적 간단하게(?) 설득에 성공했다.

우쭈야, 엄마는 학생들이 집으로 공부를 하러 와야 돈을 벌잖아.
그렇지
엄마가 돈을 많이 벌면 좋겠어?

그럼 학생이 많아야겠지!

SW가 공부하고 싶은데 혼자는 싫고 우쭈가 같이 하면 하겠대. 같이 해볼래?
좋아~

공부시간은 저녁 8시로.. 30분씩으로 시작했다.

첨엔 공짜로 놀러 오듯이 두어 주쯤 하다가

계속 온다고 하여 소정의 금액을 받으며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화요일 시간엔 우쭈가 너무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들어 그 친구만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날은 휴일이기도 하고 내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슬슬 꼬셔봤다.


"우쭈야, 화요일에 자느라 공부 못했잖아... 오늘 조금만 하자"

"좋아~"라는 대답으로 시작됐지만 감기기운 때문인지 하기 싫은 것인지 몇 문제 풀다가 싫증을 냈다.


공부를 겨우 마치고, 난 한 문제를 체크해 두었다.

다시 확인해야 할 문제다. 한 번에 풀어내지 못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곤 오늘 아침이다.

난 저 문제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다.

첨엔 어려워했지만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인지 알고 싶었다.


"우쭈야, 아침에 딱 한 문제만 풀자~!"

"아아~~ 싫어~~"


뭣이라? 단 한 문제라면 오케이 할 줄 알았고,

푸는 김에 몇 문제 더 끼워 팔기 해보려 했는데

완전 계획 무산이다~!


좋아.. 그럼 엄마도 무섭다는 걸 보여주겠어!

혼자 두고 공부방에 들어가 고3 수능 특강을 풀었다.

보통은 문을 열어두는데 문을 닫았으니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려라... 하는 맘이었지만 녀석은 나의 동선 따윈 관심도 없었는지, 방으로 주방으로 날 찾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공부방 문이 열리고 녀석이 외친다.

"엄마, 지금이 몇 신줄 알아?"

등교 시간이 다가와 치카할 시간이 지났는데 왜 치카하란 소릴 안 하느냐.. 뭐 이런 뜻일 것이다.


"왜~ 이제 니 할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엄마 삐졌어!"

"그래, 알았어~! 혼자 하면 되지!"

순간 움찔할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계산 오류~ 민망함은 나의 몫~! 


잠시 후 치카치카 거리며 입에 거품을 문 채로 다가와 묻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실.. 그 목소리 톤만으로도 나의 맘은 다 풀어져 있었다.)


"근데.. 엄마, 왜 삐졌어?"

"네가 한 문제 안 푼다고 했잖아~!"

"아~~ 한 페이지라고 한 줄~~~"

"그럼 할 거야?"

"응~"


후후~~


"그래? 그럼 엄마가 치카도 도와주고 세수도 도와줄게~~♡"


극적인 화해 끝에 난 원하는 한 문제를 얻었고

녀석은 엄마의 부드러운 말투를 얻었다~^^


그래.. 원래 계획은 스스로 학습이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랑비에 옷 좀 적셔 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친 사교육을 지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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