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명절 선물이 도착했다. 우리 귀여운 제부는 늘 이렇게 내게 명절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언제나 같은 상품이다. <고래사 어묵>. 이맘때가 되면 회사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고 했던 거 같다. 덕분에 고급진 어묵을 먹어볼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확실히 고기 함량이 많아서 더 쫄깃하다.
처음 선물 보내던 해 동생의 반응이 생각난다.
"언니, 언니, 진짜 맛있지!
이거 살짝 레인지에 데워서 하나씩 형부 술안주 해도 좋고, ○○이 아침에 밥이랑 줘도 아주 좋아~!!!"
제가 먹어보고 좋다 싶어서 함께 나누고팠던 모양이다. 그 마음이 이뻤다.그 마음에 답례로 처음 큰 아이가 아침으로 먹던 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선물하는 마음은 받은 사람의 반응이 오면 주는 마음이 더 기뻐지니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 가족이 어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묵을 볶아놓아 봐야 나 혼자 먹는 반찬이다. 남편은 일단 냉장고에 들어가면 먹질 않고 아이들은 떡볶이에 넣은 어묵 말고는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당뇨 수치 조절하느라 첨가물이 들어간 식재료는 가급적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햄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니 많은 어묵이 한꺼번에 도착하면곤. 란. 하. 다. 는 말이다. 지난 명절에 도착한 어묵도 얼마 전에야 다 먹었다. (진공포장 되어서 우리는 냄새가 이상하지 않으면 유통기한 상관 없이그냥 먹는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마지막 어묵을 남편에게 꺼내 주며 생각했다. 이제 겨우 다 먹었는데 곧 있으면 또 도착하겠구나...
선물을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 되지만 반가운 선물이 아닌 이상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난 잘 받았다는 감사의 톡을 보내곤..
잠시 후 추가 톡을 보냈다.
제부~~ 명절 선물 안 줘도 되지만 주고 싶으면 담부터는 식용유로 주세요~~~
그냥 불편하게 "계속".."매번 명절 때마다" 받는 게 나았을까, 지금처럼 얘길 하는 게 나았을까.
혹시 이 말 듣고 기분이 상하면 어쩔까... 순간 별의별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데 답 문자가 바로 왔다.
네~~~ 기억하고 있을게요~~~
고맙다.
선물 받는 것보다 내 마음을 기분 좋게 받아줘서 더 고마웠다.
나도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을 알기에 말하기 더 힘들었던 얘기. 그런 내 마음까지 알아줬으면 좋겠지만(어쩌면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 흔쾌히 받아준 것만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