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쿄 22일 차

일본의 일반적인 목욕문화

1584572804492.jpg 따뜻한 봄이 성큼 와 버렸다.

1. 사람마다 씻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적어도 난 누구로부터 정식적으로 몸을 씻는 방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 아마도 어릴 때, 부모님에게 배운 것이 다 일듯 하다. 사춘기 시절부터는 혼자 씻기 시작해서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들과 씻는 정도다.


2.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탕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일 년에 고작 몇 번 정도 했던 기억이 있다.

30대 초반에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골프를 마치고 샤워를 한 뒤, 탕에 들어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30대 초반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목욕탕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는 호사를 누렸었다.


3. 한국에서 이사를 간 아파트에는 공동 사우나 시설이 있어 거의 매일 반신욕을 하면서 난 반신욕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매일 아침마다 운동을 마치고, 신문의 경제면 만을 들고 아파트 지하의 목욕탕에서 신문을 보는 즐거움은 나만의 아주 큰 호사를 누리를 시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4. 일본에 이사를 오고 조금 특이한 기계와 마주했다. 1층 욕실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이 기계는 나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뭘까? 뭐지? 왜?

왼쪽부터 살펴보면

운전(전원)

우선, 호출

Oidaki(목욕물 추가 가열)

목욕물 자동

이라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물의 양, 온도의 조절 버튼이 있다.

20200319_072920.jpg

5. 그렇구나! 일본에서는 물을 다시 끓여 쓰는구나. 그러고 보니 세탁기를 설치할 때, 설치해주는 아저씨가 세탁기 호스를 욕실에 연결해 주셨는데, 목욕한 물을 세탁할 때 (초반에만) 사용을 한다고 한다.


6. 일본의 집은 온돌의 기능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저녁에 반신욕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오면, 아버지부터 샤워를 하고 물에 들어가서 반신욕을 하고, 다음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가 반신욕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런 순서는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

그리고 다음날에도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다시 물을 데우는 기능을 사용해서 물을 데우고 아버지, 아이들, 어머니 순서로 목욕을 하고.....

이렇게 이틀 정도는 그냥 사용하다가, 삼일째 되면 마지막으로 입욕제 (향과 색갈이 들어있는)를 넣어 마지막을 사용하고, 다음날 오전에 세탁을 한다고 한다. (직원 선배 왈, 오래된 스타일을 좋아하는...)


7. 나도 일본에 오고 나서 3일간 사용을 해 보았지만, 조금 찜찜한 마음이 들었고, 실제로 물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과 새롭게 물을 가열하는 비용을 찾아보니 비슷하다고 한다.

단지 물값의 차이일 뿐인데...


8. 하여간, 3월 후반으로 흘러가니, 집안이 많이 따뜻해졌다. 아무런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잘 때,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난 가족들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목욕을 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특히 주말이 오기 전 금요일은 아빠가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목욕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로 정했다.

20200320_065729.jpg 오늘 이른 아침 우리 집 실내 온도는 23.5도

9. 금요일 저녁에 목욕하고 토요일 아침에 한 번 더 물을 데워 목욕을 하면서 난 목욕 테이블에서 책을 읽을 것이다. (목욕하면서 책을 읽으면 무척이나 많은 즐거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20200319_073357.jpg 테이블 용도로 쓰고 있는 온수 덮게

10. 도쿄는 슬슬 봄이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집도 슬슬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은 오늘 금요일이 휴일이라, 이번 주의 주말 전 목욕 파티는 어젯밤에 마무리를 했고, 난 이 글을 쓰고는 데워진 목욕탕에 가서 최근에 구매한 일본의 자기 계발서를 몇 권 뒤적뒤적거릴 예정이다.

그리고 나와서 아내를 위해 멋진 조식을 차려줘야겠다.

게다가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아침 먹고 장을 보러 갈 예정이다.


참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1584572799391.jpg
1584572803223.jpg
20200319_07291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쿄 2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