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글을 자주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그리고 일본 생활의 큰 기대감이 무엇인지 말이다.
2. 난 아침에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시간을 무척 즐겨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으로 이직을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도쿄의 맑은 공기 속에서 나만의 산책 코스를 찾는 일이었다.
3. 어제 난 드디어 이제까지 동경에 와서 30여 일간 걸었던 길 중에서 best를 만들었고, 그 길을 어제와 오늘 다시 걸었다.
당분간 난 다른 길에 눈길 하나 주지 않으며, 질리고 질릴 때까지 이 길의 묘미를 찾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이 길에서 생기는 작은 자연의 변화를 하나하나 즐기고 싶다.
오렌지가 나는 나무를 구경하고 싶고
나뭇잎이 색상을 바뀌는 그 순간을 경험하고 싶고
이쁜 벚꽃이 몽우리를 맺는 시간을 같이 하고 싶은.... 그런 것들 아닐까
4. 난 이 작업을 "나만의 길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뭉툭한 소재를 신중하게 골랐다면, 이번엔 이 소재를 잘 만들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통해 누구나 알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그 길을 나만의 공간, 나의 친구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 아닐까
어제 걸었던 길, 오늘 걸은 길, 그리고 내일 걸을 길 5. 전에 살았던 반포동의 경우 나만의 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산책 코스가 3곳이 있었다. 평상시에 걷는 길, 비 올 때 가는 길, 그리고 장 보러 가는 길
특히 평상시에 가는 길은 매일 아침 만나는 곳이기에, 4계절 찾아오는 꽃과 나뭇잎의 색 그리고 벌레들의 변화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은 나에게 무수히 많은 위로와 기쁨을 선물해 주었고, 지금도 그 길 덕분에 내가 이러고 있나 싶다.
6. 오늘 걸은 길은 정말 봄과 잘 어울리는 길이다.
어제 걸은 길의 한쪽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차가 다닐 수 없는 작은 골목길이 나온다... 바로 이런 길이 내길 이다.
아주 작은 오솔길에 열린 오렌지 나무. 난 이곳에서 오렌지의 깊은 향을 느끼며 오렌지가 어떻게 익어 가는지 관찰할 것이다.
몇 가지 종류의 오리들이 살고 있는 작은 연못
아기 천사 두 명이 지키고 있는 벚꽃 나무 목욕탕. - 저 천사들을 보며 집에 있는 우리 집 천사들을 생각해본다. ㅠㅠ7. 아주 부지런한 아저씨들이 새벽부터 값비싼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계신다. 나 또한 옆에서 그냥 따라 눌렀다. 그러자 한 아저씨가 오시더니, "뭐가 보여?"라고 하시길래 난 "멋진 나무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장대소를 하시는 카메라 동호회 회원들....?????
바로 그들은 나무 속의 딱따구리를 찍고 계셨다. 창피했지만, 다 같이 웃음으로 즐거웠다.
8. 오늘 산책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 풍경이다. 아마도 이번 주에만 볼 수 있는 일 년에 일주일만 볼 수 있는 이 풍경은 당분간 내 산책길의 즐거움일 듯하다.
9. 집 근처 다 와서 발견한 3가지의 다른 길이다. 계속 걷고 구경하면서 걷다가 같은 방향으로 난 세 가지의 길을 만났다. 아니 만난 것이 아니라 발견했다. (그 길들은 나와 계속 함께 였다.)
내가 걷고 있던 아주 고운 자갈이 있던 길.
옆으로는 아스팔트 길 (조금 고운 아스팔트)
그리고 가장 오른편에 있던 고운 흙길
이 세 가지 길의 차이가 무엇일까? 그리고 다음에는 이 세 가지 길로 걷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다.
10. 이렇게 길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 생각 그리고 추억이 생긴다.
오늘부터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