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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고 있는 아빠
Apr 16. 2020
1. 에피소드 1: "아빠 우리 저번 주 수요일 뭐 먹었지?" 요즘 딸은 가끔 나에게 지난주에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가끔 묻는다. 일기를 쓰다가 오늘의 내용과 비교를 하려고 이렇게 묻곤 한다.
2. 에피소드 2: 일본에 와서 나의 아침 산책길은 대부분 크게 한 바퀴를 도는 코스였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길로 들어서면서, 갔던 길로 다시 되돌아왔다. 되돌아오는 길은 처음으로 내가 거꾸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그 돌아오는 길에 이제까지 옆모습과 뒷모습만 보았던 집이나 풍경들의 앞모습을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새로웠다.
3.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을 보고 살아간다. 그리고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가 흘러가고, 다음날 아침 또 일어나서 앞으로 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
4. 오늘 아침 산책을 하면서 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오는 작업을 하면서, 아침 반신욕 시간 내내, 내가 일본에 온 지난 49일을 생각했다.
내 앞길에는 코로나, 그리고 고객들과의 치열한 전쟁(?)등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잠시 그 생각들을 내려놓고, 반신욕 하는 내내 일본에 도착한 시간에서부터 하나하나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했다.
5.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감사한 시간들이 많이 있었다. 이삿짐을 옮겨주던 친절했던 사람들, 냉장고를 너무 큰 것을 사서 집에 들여놓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좋은 업자를 만나 해결한 일들, 내가 사고 싶었던 75인치 TV가 품절이 되었지만, 후배 덕분에 구입한 사연들, 집 앞 좋은 공원과 놀이터를 만나며 아내와 함께 감탄했던 순간들...
6. 오늘 하루도 분명 힘든 일이 무척 많이 있다.
잠깐 최근 업무를 이야기하자면,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영업처들은 보통 3대째 정도 하고 있는 철강회사에 소모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사장님들은 대부분 오너의 자손들이고, 직원들도 대부분 50~70대 분들이 많으시다.
이전부터 난 Fax로 업무를 하는 것을 고치고 싶었지만, 내가 일본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Fax로 주문서를 받는 것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었고, 고객들은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월말 청구서를 도장이 없는 PDF로 메일로 보낸다는 통보를 했고, 심한 고객들은 원본이 없으면 돈을 송금할 수 없다는 냉전 상태가 계속 진행 중이다.
7. 이런 나에게 앞이 아닌 지나온 길을 잠깐이나마 구경하고, 감사하고, 다 잘 해결될 거야 라고 다독였던 그 시간이 난 참 좋았다.
앞으로 걸어갈 힘이 조금 부족하거나, 앞에 큰 장애물이 있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 이제까지 지내온 지난날들을 관찰하며 감사한 것들을 찾아보면 참 좋을 듯하다.
8.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살을 빼고 싶으면, 먹은것을 적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시간이 없다면, 시간을 쓴것을 적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돈이 없다면, 가계부 부터 써보라." 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있다.
어쩌면, 감사할 일들이 부족하거나 걱정이 생긴다면, 똑 같이 적용하면 어떨까. 뒤를 돌아보면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거나, 해결 했던 일들을 찾아보거나...
9. "그래서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구나!"
10. 오늘도 크게 숨 한번 쉬고, 기대하면서 앞으로 나가 봐야겠다.
그리고 내일도 오늘을 뒤돌아 보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