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살고 있다면 참을 수도 있고, 간단히 대충 먹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간절함 앞에 아빠와 엄마는 새로운 능력들을 장착하게 된다.
2. 먼저 최근 자주 도전하고 있는 음식은 양념 치킨이다.
일본의 카라아게 (일본식 닭튀김, 간장 맛)를 응용하여 만들어 보려고 했다. 일본의 카라아게는 단순한 닭튀김으로는 참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실패의 요인은 간장 양념이 원래 되어 있는 카라아게에 간장을 넣은 소스로 인해 짠맛이 강했고, 두 번째 실패는 물을 넣어서 바싹 튀기지 못한 닭 표면이 무언가 물컹해 지 듯하다.
3. 세 번째 도전에는 물을 전혀 넣지 않고 꾸덕꾸덕하게 물엿을 구매해 마늘과 홍고추, 케첩과 고추장만으로 맛난 소스를 만들어 찐득하게 묻혔다. 그리고 카라아게도 전자레인지가 아닌 에어프라이로 그 표면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여름까지 끝내 보려 했던 양념치킨을 성공 할 즈음...
4. 큰 따님께서 인절미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아내는 찹쌀 가루라는 아이디어를 내었고, 난 일본에도 팔고 있는 콩가루(키나코)를 사서 전자레인지로 뚝딱 따끈한 인절미를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아이들도 무척 잘 먹고, 게다가 만드는 방법도 간단했고, 마지막으로 언제 이런 따끈한 인절미를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온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5. 오늘은 한국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소꼬리 1Kg과 일본 슈퍼에서 팔고 있는 소힘줄, 도가니(스지)를 사서 함께 푹 국물을 누렸다. 물론 아빠는 저녁에 수육을 발라서 겨자 소스를 준비해서 먹고 있다.
6.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일본에서는 소 꼬리가 무척 쌌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는 소 꼬리를 따로 먹는 음식이 없거나, 거의 드물었다. 그래서 유통되는 꼬리도 별로 없거니와, 있는 곳에서 소 꼬리를 만나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었다.
7. 가난한 유학생들이 소 꼬리를 하나 구해오면, 유학생 기숙사에는 꼬리곰탕의 특유한 꼼꼼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싱싱한 파를 곁들여 먹고자 한 사람 한 사람 모이기도 한다. 주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누어 주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만 먹으려는 사람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8. 그때 누군가가 커피프림을 가지고 와서 물을 추가로 넣고 프림도 넣어 며칠을 프림 국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9. 하지만, 이제는 일본의 소꼬리도 그다지 싼 음식이 아닌 듯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세계의 음식이 공유가 되면서, 프랑스의 꼬리찜부터 한국식 곰탕까지 이곳에서도 충분히 레시피를 구하고 쉽게 해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10. 하여간, 일본에서 먹는 한우, 아닌 와규 꼬리곰탕은 나에게는 참 추억이 많은 음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