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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Jun 11. 2019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

책 표지


특이한 제목을 책을 한 권 만들었다. 

제목도 길고, 내용도 모호하다. 오늘은 그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본 노르웨이 아빠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잘 지키며, 가족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오래전 한국의 고객과 함께 큰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노르웨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노르웨이 쪽 담당 임원은 미팅 약속을 잡을 때부터 그날은 오전부터 저녁 5시까지 밖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미팅 날이 되었다. 통상적인 미팅이었기에 몇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나서 회의를 시작했다. 하나둘 계약 내용이 조율되면서 마지막으로 나중에 두 회사 간의 분쟁이 생길 경우 조정을 위한 법정을 어느 곳으로 할지를 두고 의견이 대립했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의 도중 협의를 담당하던 임원은 약속대로 집에 가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은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었고, 그 시각 한국은 심야라서 이런 상황을 보고하기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결국 한국의 손님들은 수백억 원짜리 계약이니 약속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은 아이와 함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는 날이라서요.”


나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한국 손님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날 계약을 최종 마무리 짓지 못하고, 심지어 분위기까지 험악해졌다. 이유가 이유인지라 멀리서 온 손님에게 결례를 범한다는 인식을 준 탓이었다. 미팅은 중단되었고, 차후 남은 문제는 통화하여 결정하기로 하고 우리는 돌아왔다. 


이렇게 노르웨이 아빠들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말뿐이 아닌 함께 하는 시간으로 아이가 몸소 살아가는 방식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체득하게 한다. 또한 노르웨이 아이들의 학창 시절에는 교과 과정 외의 과외 수업이나 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 교육이 없다. 아이들은 방과 후 체육 활동이나 음악 활동을 하며 협동심을 기르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취미 생활을 즐긴다. 사춘기가 끝나 갈 즈음부터는 자신의 인생 항로를 찾아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해 나간다. 스무 살 전후가 되면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시작한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직장 생활에서 결혼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손녀, 손자의 육아까지 거드는 끝없는 우리네 부모의 역할을 떠올리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심지어 함께 출장을 가는 거래처 과장의 부친께서 내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기까지 한 적도 있다. 이런 부모 무한책임의 사회는 과연 어디에서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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