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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Nov 10. 2019

(음식)2 11월의 굴

굴의 변신은 자유

 음식을 먹는 행위, 특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나에게 무척 큰 행복을 안겨준다. 

 게다가 계절에 맞는 음식은 행복 그자체다. 


 11월이다. 날씨가 갑자기 훅 하고 겨울로 넘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섭섭한 느낌이 든다.


 11월에 들어서면, 이제까지 입지 않았던 옷들을 꺼내기 시작하고, 자동차의 온도 설정도 어느새 에어컨에서 히터로 바꾸는 시기가 된다.

 게다가 머리와 뱃속에서 따듯한 국물 생각이 나는 계절이 바로 11월을 알리는 소리 아닐까.


 나에게 11월이란, 어묵탕과 굴의 계절이다. 가끔 과메기도 생각이 나긴 하지만, 과메기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12월에 먹는 걸 즐겨한다. 아마도 기다리면서 충분히 침샘을 자극하는 '가학'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 지인들과 함께 만들어 먹은 일본식 어묵탕: 곤약에 강조

 

 여기서, '어묵탕'과 '굴'의 일대일 승부로만 본다면 역시 11월의 대표 음식은 나에겐 '굴'일 것이다. 

 굴을 먹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굴은 그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뀌어지고 곁들이는 술이 달라지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참고로 봄에 먹는 벚굴(강굴)도 참 맛있고 귀한 식재료이긴 하나, 난 11월의 굴을 가장 사랑한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특히, 굴에는 아연이 풍부해 아연 성분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고, 정자의 생성과 활동을 돕기 때문에 정력에도 상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배 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라는 말처럼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피부미용에도 좋아서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미인들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굴을 먹는 방법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방법은 조리하지 않고 먹는 방법이다.

 한국식으로는 우선 껍질채 잘 손질하여, 그 위에 초장과, 고추 그리고 잘게 채 썬 마늘 편을 몇 개 놓고 먹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먹으려면 신선한 굴과 전문적으로 잘 손질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난 주로 집 근처 '스마일 포차'에 가서 먹는다. 

 매일 새벽마다 공수해 오시는 사장님의 솜씨는 아마도 우리 집 근처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구반포의 스마일 포차에서 먹을 수 있는 석화
2016년 11월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이와 비슷하지만, 서양에서는 초장 대신 와인 비네거나, 사워 소스 혹은 타바스코와 같이 먹는 굴은 신기하게도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리게 된다.  


 종종 유럽에 출장을 가게 되면, 길고 긴 저녁 식사 시간에 스테이크를 먹기 힘든 몸 상태가 되면 난 '굴'을 주문한다. 유럽에서는 아주 많이 비싼 식재료라서 단지 굴 5개 또는 7개 정도만 나오는데, 이렇게 가볍게 먹고 나면, 다음날, 업무 하는데도 편했던 기억이 많다.

서양식으로 먹는 생굴


 그리고 생으로 먹는 마지막 방법으로는 야채 무침과, 김장김치와 함께 먹는 방법도 무척 인기가 좋다.

 1월 1일 가족이 모일 때, 어머니가 해주시는 굴 야채 무침은 아직도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굴을 아주 살짝 구워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중 최고는 좋은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이태리 고추 혹은 베트남 고추를 살짝 곁들여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구워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굴이 따뜻한 올리브 오일을 만나면 굴이 가지고 있는 풍미가 더욱 느껴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추운 날 저녁, 아이들을 재워 놓고 아내와 함께, 개인용 화로를 꺼내어 거실 식탁에서 '뽀글뽀글'하게 구워 내면, 그 맛은 아주 환상적이다. 

 참고로 좀 춥지만, 창문도 조금 열어놓고, 이런저런 수다를 함께 하며 아내와 굴을 하나씩 화로에 올려 난 조금만 굽고, 아내는 진득하게 구워 먹는 그 시간은 우리에게 단지 굴을 먹는 시간이 아닌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있다. 

개인용 화로에 마늘과 고추를 살짝 곁들여 소금, 후추간을 해서 구워 먹는 굴

  


 한 번은 집에서 굴과 작은 생선 그리고 장어를 구워 먹은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 굴을 올리브 오일에 구워야 제맛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서 굴과 생선을 구웠다. 그리고 난 연기에 질식이 되었다.

 그 외에도, 굴전이나 굴튀김도 맛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난 굴 본연의 맛이 좀 덜해지는 듯해서 굴을 튀기는 행위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굴은 진한 굴 향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맛있는 듯하다.

 참고로 굴을 깨끗이 씻겠다고 너무 물에 오래 헹구거나, 심지어 물에 담가 놓는 행위는 가장 어리석은 준비일 듯하다. 아주 찬물로 빠르게 헹구어내는 것이 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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