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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Nov 14. 2019

(쓰기)2 손편지, 사랑의 증거품

사랑과 추억의 유산

손편지를 언제 받아 봤지? 그리고 언제 써봤지?

최근에는 거의 주고받지 못하는 손편지다. 그래서 더욱 진지하고 사랑스럽지 않을까?

난 독서를 하면서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는, 편지를 책 속에 꼭꼭 숨겨 놓는다. 10년 뒤를 생각고 쓰는 편지다.

손 편지에는 사랑, 추억 그리고 기대가 있다. 그래서 편지는 행복 아닐까.




오래전 이야기다.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을 도운 친한 친구들은 장례를 치른 뒤, 이후 다시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친구의 마음을 달래고, 부모님이 아직 계신 친구들은 더 부모님에게 잘해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그런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때,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신 친구로부터 아버지의 글씨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버님 노년에 많은 손편지를 받았는데, 대부분 자신은 문자로 대답을 하거나, 답장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는 아직 한 번도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글씨가 어머니의 글씨가 보고 싶어 졌다. 


며칠 뒤, 난 아버지에게 가서 다짜고짜 아버지의 수첩을 뺏어 아버지의 특유의 작고 깨끗한 글씨가 담겨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본 아버지의 글씨체를 보면서 아주 강한 아버지와의 추억의 생각들이 지나갔다. 

만약 아버지께서 이런 작업을 워드 파일로 만들어 주셨다면, 난 아마도 아버지의 향기를 놓쳤을 것이다. 

"글씨에는 이런 힘이 있구나. 이런 향기가 있구나."라고 느꼈다.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편지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버지께서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수첩을 보면 나와 내 동생의 일정이나, 행사 그리고 작은 변화까지 아버지는 수첩에 간직하고 계셨다. 아들의 키나 몸무게 같은 사소한 것부터, 아들이 어떤 상장을 탔는지 까지, 아버지는 하나하나 적어 놓고 계셨다. 

그리고 난 그 수첩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계획을 세우신다.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10년 계획표 중 일부)


이후, 난 종종 우리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아주 짧은 내용의 편지를 자주 포스트잇에 쓴다. 대부분 독서를 하면서 좋은 구절을 만나거나 감동한 부분을 읽을 때, 그 감동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그 글은 아이들에게 주지 않고, 그 책의 그 부분에 그대로 붙여 놓는다. 

아빠가 관심 있게 본 책 속에는 이런 쪽지가 많이 들어 있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쌍둥이 형제도, 이제 10살이 된 딸에게도 그 내용은 분명 어려울 것이고 따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지금 10년 뒤, 20년 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빠가 물려주신 책에서 아니면, 아빠의 서재의 책중에 흥미 있는 것을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페이지에 붙여져 있는 작은 쪽지를 봤을 때,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아빠의 얼굴을 한 번 생각해 주면 참 좋겠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문자로 보내는 것보다 오늘은 묵직하게 그리고 마음을 담은 손편지 한 장 써보는 것도 행복을 만들어 가는 좋은 일 아닐까.


우리 집 막내 쌍둥이에게 받은 그림 편지 -  아직 글을 못써요.
아내와 연애를 할 때, 받은 장인어른의 당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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