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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Sep 23. 2024

정선 배추 전의 깊은 맛

정선시장 배추 전의 깊은 맛


어제는 정선의 인연을 이야기 했더니 그 정선의 배추전을 따로 쓰고 싶어 정리해 써 봅니다.

각종 비지니스로 강릉이나 울진, 속초 등등 자주갑니다. 그러다 돌아 올때는 진짜 정선을 꼭 들렀다 옵니다.


작년 강릉을 갈 때는 비즈니스이고 약속이 중요해서 고속도로로 달리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여러 갈래의 국도를 이용한다. 첫 번째 코스는 강릉임계읍, 아우라지와 정선시장, 영월제천~~ 두 번째 코스는 강릉동해 임계도 좋아하고~~ 세 번째 동해 태백 사북 정선코스도 좋아한다.

어느 코스던지 대부분 정선시장을 거친다. 올 3월에도 지인분들과 정선 시장에 올챙이 묵과 배추 전을 먹으러 갔었고 어제도 정선시장에 들러 배추 전과 올챙이 묵을 먹으러 들렀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배추 전을 몃봉지 산다. 집 식구들도 정선 배추 전을 좋아하고 자주 만나는 지인들 중에도 배추 전을 좋아하는 분이 있어 사다 드린다. 정말 막걸리와 먹으면 맛이 있다.


그리고 내겐 어머니와 추억의 맛이다. 특히 배추 전~~

배가 고프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절인 배추로 밀가루 전을 자주 부쳐주셨다. 솥뚜껑을 뒤집으면 아주 훌륭한 프라이팬이 된다.

들기름을 골고루바르고 배추를 찢어 세 가닥 정도 놓으시고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붙고 골고루 펴서 굽는다.

배고픈 우리 세 남매는 둘러앉아 한 소당 구워지면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종적이 없어지고 어머니께선 맛도 못보신째 부치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그렇게 더디게 익는지...... 암튼 한 소 당한 소당 부치는 간격이 너무나 길던 시간이다. 들기름 냄새가 나는 그 배추 전을 그렇게 화덕에 둘러앉아 부치는 대로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불러지고...... 우리가 다 먹고 나서야 어머니는 드시곤 했었다.

사실 밀가루 배추 전은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셨다. 약간 별식의 느낌도 있는데 비해서 재료가 많이 들지 않았고 우리 삼 남매는 식성이 좋아서 한 끼로 잘 먹었던 것이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 소당 부치면 족족 뚝딱뚝딱 먹어치우는데 그때 그 간격의 기다리는 시간이 무지 길기만 했었다. 부치는 속도보다 게눈 감추듯 먹는 속도가 월씬 빨랐다. 그렇지만 그 기다리는 순간은 눈앞에서 먹거리가 만들어지고 있어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한 달에 세끼정도를 해 먹었던 배추전식 사였다. 배고프고 가난했고 그 가난 속에 우리들의 배를 소량의 밀가루로  채우기 위한 어머니의 고육지책이었다. 내가 커서 아비 되고 보니 그때의 어머니 심정이 읽히는 것이다. 몆 소당 부치시고 우리들의 배가 어느 정도 차고 나서야 드시던 그 모습은 지금도 생각하면 괜히 울컥 눈물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배추전이 너무나 맛있다. 집에 도착해서 한 봉지 사온 배추 전으로 아내와 막걸리를 한잔하는데 정말 맛있다. 곧 어머니 기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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