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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Sep 29. 2024

씹을수록 고소한 세상

딸과 곱창 먹기

씹을수록 고소한 세상

며칠 전, 저녁 큰딸 시인이하고 서울 교대에서 만났다. 현재 물리치료 대학원을 다니느라 서울에서 병원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다. 금요일이라 아빠차 타고 같이 청주 집으로 가기 위해 만났다.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기로 해서 뭘 할까 고민을 하는데 시인이 가 먼저 제안을 한다. "아빠 내가 대학 다닐 때 아빠랑 같이 곱창구이 먹었었는데 우리 추억생각하며 그거 먹는 거 안될까?"

그리고 물리치료사 아니랄까 봐 한마디 덧붙인다.

"아빠 잇몸운동 안 하지?"

나도 그 의미를 알기에 웃어줬다.

"나 당뇨가 있어 잘 씹어먹어야 하는 거 알고 있어 모든 음식 잘 씹어 먹는다. 뭐~"


사실 청주에서 맨날 만나는 광식이 형님 신신당부 해 주신다. 그래서 씹어 먹는 습관이 은연중에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맛있는 거 만나면 푹풍흡입에 빠지면 대충 넘기기일쑤다. 그래도 인지는 하고 있다.

"암튼 잇몸운동, 물리치료를 위해서 교대에서 유명한 곱창구이집 갑시다~"

시인이 녀석도 은근히 직업병이 묻어난다.


곱창구이를 제대로 익기도 전에 먹기 시작하니 정말 질기기가 찰고무급 이상이다. 한첨 입에 넣을 때마다 30회 정도 씹어야 넘길 정도가 된다. 제대로 분해는 아니다. 그냥 꿀꺽 넘길 정도다. 다행인 것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난다. 초반에 소주 두 잔 털어 마시고 무려 두 시간 동안 곱창을 씹으니 술도 깨고 잇몸이 얼얼하게 아플 정도로 물리적 운동을 하고야 말았다.


옆 테이블에 주인이 두 팀이나 바뀔 정도로 우리는 곱창을 씹으며 많이도 마주 보고 웃었다. 곱창구이를 먹으며 배 채우고 술김도 쏘이고 잇몸운동하고 물리치료도 하고 곱창의 고소한 기름도 맛보고 시인과 질기고 맛난 가족감도 독특하게 맛보고 씹을수록 고소한 세상맛도 함께 건진 밤이다.


그러고 보니 대구막창을 잊고 살았다. 빠른 시일 내, 밥을 곱씹어 먹어야 건강을 지키시는 병만형님과 늘 오래 씹으라고 친절한 잔소리(?) 잔뜩 퍼 주시는 광식이 형님과 대구막창 원정을 다녀와야겠다.

씹을수록 고소한 세상도 같이 씹으며~


암튼 시인이하고 올만에 므흣한 데이트를 잘했다. 얼른 대학원 마치고 어려운 나라지역에 의료선교 떠나기를 기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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