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합리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이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 나는 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로 말할 것 같으면, 빠듯한 일정(모집마감-서류심사-1차발표-화상면접-최종발표-1차모임 까지 1주일이 걸리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 제안을 일주일만에 2개나 작성했고, 첫 번째 미팅에서 제안 방향이 다르다는 고객사의 말에 팀장님은 짜증이 나셨다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기획 시, '호흡이 긴 프로젝트 제안은 팀 상황 상 진행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나의 의견에 팀장님은 '너는 왜 이렇게 일을 하기 싫어하니?'라고 말씀하셨고 최종적으로 호흡이 긴 프로그램으로 협의되었다.
2번의 제안 후, 실행 단계에서도 같은 문제는 지속되었다. 팀장님은 정확한 역할 분배를 하지 않으셨고, 내 부사수는 여전히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나를 돕기를 원했으며 나는 중간에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억지로 먹으면 체하듯, 결국 나는 탈이 나고 말았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팀장님의 그 의연한 모습과, 나에게 이건 어떻게 할거냐며 책임을 떠넘기듯 묻는 모습, 그리고 그 어떤 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 모습에 지쳐버렸다.
팀장님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나는 내가 하는 업이 항상 계획적일 수는 없지만 변수가 들어올 확률을 생각하여 가장 최적의 플랜을 짜, 서로가 좋은 진행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인 것 같다고.
팀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일이 어떻게 다 계획적으로만 될 수 있겠냐. 라고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세워도 PM이 계획을 전달하지 않고, 오지 않는 답변에 대해 답변해 달라 보내지도 않으니, 무슨 계획이 필요했겠는가. 나는 이 날도 면담을 포기했다. 더이상 말하는 것이 힘들었고,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한 달 동안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10월 활동까지 잘 마무리 하였고 고객사와의 관계도 좋았다. 점심에 같이 맥주를 먹자고 말 할 정도였으니까. 점심 식사를 하러 간 날도 팀장님과의 합이 안맞는 부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사 중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지금 나에게 그걸 물으면 어떻게하지!', 하지만 팀장님은 역시나. 너무 의연하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잘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는 12월까지 진행되고 아직도 나를 너무 괴롭게 하고 있다.
이제는 나쁜 마음이 피어오른다. 팀장님도, PM도 없다 생각하고 부사수와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필요한 것을 이야기 하면 무엇이든 나오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모든 일을 해 놓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자신도 있지만 여기서는 하고 싶지 않는 내 마음이 어렵다. 100의 일 중, 99를 해놓으면 당연하다 생각하고 1을 빼먹으면 어떻게 할 거냐, 몰랐냐고 하는 상사 밑에서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 이 프로젝트는 보람과 뿌듯함, 성취와 배움보다는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하는 법'을 자꾸 배우는 것 같아 싫다. 그리고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 이런 비도덕적인 부분에 대하여 그럴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는 내 자신이 싫다.
파트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프로젝트를 던지라고. 나도 말했다. 부사수만 아니었으면 던지고도 남았을 프로젝트라고.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꾸역꾸역 일을 해 냈던 건, 부사수가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그만둔다면 내 부사수는 이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컸다. 마음 속으로는 한달 반동안 수도 없이 내려놓자 다짐했던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결론은 없다. 12월까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뿐인 프로젝트. 그냥, 이 프로젝트때문에 12월 말까지 힘들 것이라는 것, 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일까? 내가 너무 빡빡한 것일까? 별 일 아닌 것에도 나는 집착하는가?
결국 나에 대한 의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나날들이다.
※ 해당 글은 2020년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