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 비포 선라이즈 중
"아픔이 없다면 추억이 아름다울텐데."
비포 선셋에서 여주인공이 한 말이다.
영화 중에서도 남주인공이 이 말을 듣고 감명 깊어 어딘가에 써 붙여두고 싶어할 정도로 아름답게 정리된 문장이었다.
나도 듣는 순간 바로 꽂혀 바로 이건 글 제목감이다 생각하며 바로 글을 옮겨 적는 중이다.
사실 이 문장과 함께 어떤 글을 적으면 좋겠다라는 기획까지 구상되진 못했지만 이 문장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적어보려 한다.
내 입장은, 추억에 아픔이 있기에 더 채워지지 못한 그 결핍이 내 뇌를 자리하고 잊혀지기 어려운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이번엔 그 부분이 아프게 끝나지 않아야 할텐데 하며 계속 떠올리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상처입으면 그대로 받고 넘기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왜 아팠겠나, 분명 내가 평소 소중하고 중요하게나마 생각하던 것이었기에 아팠겠지.
그게 아니었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아픈 정도까지의 수준에 이르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주 간단하게 나온 결론은
그 추억이 아팠기에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남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사람은 긍정보다 부정을 더 잘 기억하고 그 추억에 결핍이 채워지지 못한 건 선명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
나는 따라서 더 긴 여운을 가진 이 아픔이 있는 추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여주인공의 대사를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마냥 빛나는 햇살 같은 아름다움이라면 여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아픔이 없는 게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