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들의 세계

작은 사람은 답을 정해두고 이유를 찾는다.

by 이하호

안녕하세요. 이 글을 어떤 분들이 보실 줄은 모르지만 오늘은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해요.

요 며칠 아니 몇 주는 꽤나 외로우면서 불편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덕분에 딱히 누구를 만나지도 만날 수도 없는 요즈음은 이따금 가족들이 있는 본가로 가서 외로움을 달래고 하던 것이 유일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구였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 같고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각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그렇게 느끼는 만큼 저희 가족들도 저를 그렇게 느낄 순 있었겠죠. 오늘은 바로 작은 사람들의 세상이 주제입니다.


꿈에 대해 가족에게 이야기하다.

항상 꿈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제게 저는 아무에게나 하지 못하는 장황한 저의 꿈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늘어놓는 것을 좋아해요. 물론 이렇게 꿈을 꾸는데도 소심쟁이인 저에게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들의 반응은 꽤나 시큰둥하거나 냉담하죠. 가끔은 나무라기도 합니다. 허무맹랑한 소리만 일체 늘어놓는다고 말이죠. 그런 저희 가족들은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어느 날은 제가 형에게 물어보았죠. '형은 얼마를 벌면 만족하며 살 것 같아?'

그러니 형이

'난 400만 원 정도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당장에 큰 자격증을 따서 400만 원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어려우면 부업이라도 작게 시작해보는 게 어때? 조금씩 시작해서 커지면 그 정돈 가능할 것 같은데.'

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도 확고했습니다. 갖가지 이유들이 날아오더군요. '그렇게 하면 회사에 내 세금 정산 시 소득을 보고해야 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그럼 회사가 좋게 보지 않는다. 이래서 안된다' 등등.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말이죠. 저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렇게 논리 정연하게 '내가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을 준비라도 한 듯 늘어놓는데 아닐 이유가 없죠. 하지만 동시에 '400만 원이라는 목표가 소원이 없을 정도의 꿈'이라면 저런 이유로 쉽게 좌절될 꿈인가?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손바닥안의 작은 사람들

저는 그게 작은 사람들의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이 세상을 손바닥 안에 둔 듯 다 알기라도 하며 신랄하게 비판하며 안 되는 갖가지 논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 그들에게선 절대의 예외도 허용되지 않고 그래서도 안되죠. 행여나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깨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으니까요. 저희 가족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요. 회사가 힘들다. 잘리면 어떡할까. 잘릴 때를 대비해서 자격증이라도 따 노아야겠다.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어떤 변화해도 흔들리지 않는 직업 혹은 완벽한 것들을 좋아하죠. 변수가 적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합리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아마도.


그런데 말이죠. 세상은 절대 한 번의 변화로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적어도 내가 내 삶을 누리고 소중히 생각한다면 위기가 올 때 기회를 모색하고 그 기회가 왔을때 어떻게 그것을 이용해서 더 나아갈지를 생각하는 게 올바른 삶을 지향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무엇이 그렇게 '실패'라고 부를 것들이 많을까요. 실패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변화를 싫어하고 걱정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내가 움직인 하나의 시도가 소위 '성공'보다는 '실패'로 불릴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요.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며 수백 번 넘어지고 무릎을 찧는 것은 당연하면서 왜 성인이 되어 새로운 분야에서 넘어지는 것은 안될까요.

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세상 사람들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그들도 답을 정하고 이유를 찾죠. 하지만 그 답이 일반인들에겐 터무니없어 보여서 비웃을 수 있지만 터무늬 없는 답인만큼 그 답을 이루기 위해선 더 정확하고 논리적인 이유, 과정이 들어가야 합니다. 또다시 그 이유를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들겠죠.

간단한 것 같아요.


큰 세상 사람들과 작은 세상 사람들의 차이

작은 세상 사람들은 작은 답을 설정한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안 되는 이유를 만들며 자위하고 세상이 그런 것처럼 정의한다. 따라서 더 큰 노력이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논리적인 채로 불평을 늘어놓으면 그만이다.
큰 세상 사람들은 큰 답을 설정한다. 성취하기 어렵지만 방법이나 이유를 찾아 넣는다. 이유가 통할 때까지 노력을 투입하고 세상을 큰 답에 맞게 정의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랜서가 되다.

저는 작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민 끝에 프리랜서의 길에 들어섰어요. 마음먹고 2~3달 뒤 첫 소득은 13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약 6개월 간은 점점 줄어들어 월 80만 원, 50만 원 결국 한 달 수입이 30만 원 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좌절스러운 때도 많았습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들을 살 수도 없어 힘든 시간이었어요 . 그렇지만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해 볼 시간 이었고 또 길을 잃은 듯 침대에 몇 주를 뒹굴며 시간을 보내보기도 했죠. 그래도 제 목표는 잃지 않았어요. 지금은 다행히 4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 또다시 100만 원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도 있겠죠. 항상 불안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처음 그런 소득을 올렸을 땐 너무 두려웠습니다. 언제 또 잃게 되고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리면 어쩌나. 그러나 이 불안정함은 다른 말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겠죠. 저는 100만 원을 벌게 되더라도 다시 노력을 해서 더 높은 곳을 꿈꿀 자신이 있어요. 저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의 변수도 나가는 것도 수입에 관계없이 제가 통제한다는 주인의식을 배웠습니다.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위기를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소득이 낮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제 소득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배우는 경험을 배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똑같은 노동을 하며 정해진 임금을 받고 부족한 것에 불평할 수 있었을 저보다 제 인생에서 훨씬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비유는 저의 가족을 비판하거나 돈에 초점 맞추는 등 너무 세속적인 주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은 그저 하나의 상징에 불과합니다. 저는 돈 그보다 훨씬 큰 가치를 꿈꾸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제가 먼저 안정된 자본을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혹시 어떤 가치를 이루는 것을 꿈꾸거나 계획 중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하셨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나를 불행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연극학과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배우가 꿈인 제 친구는 한참 극단에서 생활하며 연극 생활을 하다 얼마 전 영화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유명 배우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아직 유명해지진 않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며 행복해하는 그 친구가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더군요. 모두가 각자의 꿈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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