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을 겪은 자가 말해주는 교훈
권고사직을 조직 내부, 특히 팀원에게 알리는 것은 신중할 것. 권고사직은 조직의 TO를 줄이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기 때문에, 나 아니면 너. 너가 아니면 내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약에 내가 권고사직에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팀원들에게 이를 공론화 했다면, 팀원들이 나서서 내 편을 들어줬을까? 아니, 난 더러운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 앞에서는 무섭도록 다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팀원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나가주었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라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결과라면, 이미지라도 챙겨서 나가자.
어찌됐든 좋은 일로 퇴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퇴사 시기를 알리는 일도 조심스러운 데다가, 회사에 남은 사람들이 업무를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인계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새로운 담당자라면 조직에 적응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겠지만, 글쎄 갑자기 업무를 맡게된 팀원들이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까? 나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퇴사자에 대한 약간의 안쓰러움은 있을지 몰라도 그건 잠깐이다. 싫은 업무가 오는 순간 그 마음은 미움으로 뒤바뀌게 된다. 권고사직을 당해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갑자기 하고 있던 업무를 놓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일에 쏟은 애정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험상, 업무는 사직서에 서명하는 순간 넘기는 것이 좋다. 애매하게 붙들고 있으면 내 마음만 괴롭고, 다음 담당자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넘길 수 있는건 빨리 넘겨라.
갑작스러운 퇴사, 처음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간 해온 업무 자료 정리가 아닐까? 막상 퇴사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하면 아쉬워지는 자료가 한 두개가 아니다. 평소에 파일 정리를 습관처럼 해온 직장인이었다면 쉬운 일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꽤나 애를 먹었다. 파일을 정리하고 난 후에 할 일이 없을 때에는 괜히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지 말고 포트폴리오라도 미리 업데이트 해놓자. 나가면 더 열어보기 싫은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