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위한 힐링] #28
(감정을 다스리는 법, 앞의 두 글을 읽어야 이해됩니다.)
삼촌 : 선영아, 사실 우리가 힘들게 느끼는 문제의 대부분은 감정의 문제야. 고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지.
삼촌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선영 : 마음에...
삼촌 : 옛날 로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위대한 황제가 있었는데, 그가 쓴 명상록에 이런 말이 있어.
만약 당신이 어떤 외적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고통 그 자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든지 그 생각을 폐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If you are distressed by anything external, the pain is not due to the thing itself, but to your estimate of it; and this you have the power to revoke at any moment.)
선영 : ......
삼촌 :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에 대한 너의 생각이 문제라고 했다. 원래 마르쿠스 황제가 썼던 라틴어 단어는 뭐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영어 단어는 estimate야. 얼마나 되는지 수치를 가늠해보는 것이 estimate 잖아. (저자주 : estimate는 보통 추정치, 견적이라고 번역된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우리 자신이 그 크기를 어느 정도라고 가늠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지.
삼촌은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선영 : 머리로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고통의 크기가 달라진다고요?
삼촌 : 마르쿠스 황제 말야, 좀 남자스럽게 생각했지. 그가 정말 이렇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면 정말 천하를 다스릴만한 사람이 맞는 거였지.
내가 이 말을 해석해보건대,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의 문제를 좌뇌로 판단해보는 것인 듯 하다. 물론 마르쿠스는 그런 생각으로 쓴 말이 아니겠지만.
좌우측 대뇌 중에 좌뇌는 수리적인 뇌, 논리적인 뇌 역할을 주로 담당하거든. 느낌과 감정을 수치로 생각해보려는 순간 감정에 빠져 있던 우뇌 대신 좌뇌가 우세하게 작동하면서 '환기'가 일어난단다. 자기도 모르게 감정에서 빠져나와 감정의 정도를 관찰하고 분석하게 되는 거지.
선영 : ......
삼촌 : 슬프고, 우울하고, 힘든 느낌이 들면 말야, 그 위로 살짝 올라가서 지속적으로 관찰해봐. 아까 같이 해봤었잖아. 그리고 그 고통의 정도를 수치로 매겨봐. 하나도 힘들지 않은 정도를 0 이라고 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죽고 싶을만큼 힘든 것을 10 이라고 생각하고, 그 수치를 매기고 메모장에 적어. 그때의 날짜와 시간까지 함께. 뭘 하고 있었는지도 같이 적어보면 좋아.
그리고 휴대폰으로 30분 뒤 알람을 맞춰놓고, 메모장은 치워두고 하던 일 계속해. 30분이 지나 알람이 울리면 다시 또 고통의 정도를 수치로 매겨봐. 매 30분마다 계속해서 수치를 매겨가며 기록해봐. 수치가 낮아질 때까지.
선영 : 그러면 수치가 점점 작아질까요?
삼촌 : 해보면 알게 되지. 감정 위로 날아올라, 감정의 관찰자가 되어, 감정을 계속 지켜보며 수치로 매겨보는 한, 그 감정이 너를 계속 힘들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이 너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니까. 네가 감정의 주인이니까.
(감정을 다스리는 법, 다음 글에 좀 더 계속 됩니다.)
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