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힘세고 나무처럼 멋있고 여름 햇살처럼 따뜻하고 고요한 바다처럼 침착하고 자연처럼 관대한 영혼을 지녔고 밤처럼 다독일 줄 알고 역사의 지혜를 깨닫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강하고 봄날 아침처럼 기쁘고 영원한 인내를 가진 사람.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주시고 더 이상 추가할 게 없을 때 그의 걸작품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아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를 아버지라 불러셨다.
전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가 번역한 작가 미상의 영미시이다. 이 시를 듣는 순간 난 몹시 부끄러웠다. 미리 속단하고 기다려주지 못하고, 먼저 나서서 쉽고 편한 길을 알려 주려다 번번이 부딪히고 말았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 다가갔지만, 자식들은 고집 센 아버지라고 거부하며 뒤로 물러나 자기들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늙어서는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내 진작 이 시를 알았더라면 더 따뜻하고 더 침착하고 더 인내하며 다독이었을 것이다. 지난날 참으로 서툴렀던 나는 몹시도 부끄럽고 몹시도 서글프다.
장영희 교수의 덧붙인 말을 추가해 본다. 하나님의 걸작품, 힘세고 멋지고 지혜롭고 모든 걸 인내하는 사람, 바로 '아버지'입니다. 늘 의식의 언저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 내가 넘어지면 언제든 받쳐줄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낯선 사람이 숨어 있습니다. 이 넓은 세상이 너무 겁나고 어디엔가 기대고 싶고 간혹은 남몰래 소리 내서 울 곳을 찾는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당당한 아버지, 유능한 남편,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짐짓 용감한 척 정글의 투사가 되어 보지만, 이리 몰리고 저리 부대끼고 남은 것은 빈껍데기 꿈뿐입니다. 너털웃음 웃고 돌아서도 황혼 녘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사람,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