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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4. 2020

노르웨이 피오르드를 체험하다

2017년 5월 러시아, 북유럽 여행(5)

노르웨이 북쪽 산악과 빙하가 녹은 피오르드로 둘러 쌓인 라르달 호텔을 나와,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송네 피오르드로 가는 길은 산을 뚫고 바다를 건너야 했다. 열 몇 개의 긴 터널을 지나고, 페리호에 버스를 통째로 태워 건넜다. 높은 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반이라 무너질 염려가 없어서 인지, 터널 벽면과 천정은 별도의 콘크리트 타설 없이 굴착한 암반의 흔적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가장 긴 터널은 24.5km나 되었다. 터널 속 7km 간격으로 청색 등을 켜서 운전 도중 폐쇄 공포로 인한 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터널 내에는 세 갈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회전 로터리 길도 있었다. 수많은 피오르드를 이어 주기 위해 거대 암반 덩어리를 굴착하는 노르웨이의 기술은 최고로 발전했다. 하여, 노르웨이의 세계 최상의 터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기술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오가는 차량도, 주민도 별로 없는 피오르드 연결을 위해 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노르웨이의 웅장한 자연경관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피오르드다. 피오르드는 빙하 지형의 일종이다. 빙하가 침식돼 만들어진 좁고 긴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온 '협만'을 뜻한다. 전 세계 피오르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드다. 길이 총 204km,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308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은 송네 피오르드 배를 타고 지났다. 산등성이에 흰 눈이 쌓여 있고, 곳곳에 눈 녹은 물이 모여 거대한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려 끊임없이 피오르드에 합류하고 있었다.

노르웨이  피오르드를 수채화로 옮겨 봤다.

노르웨이 빙하의 역사와 자료가 모여 있는 피얼란드 빙하 박물관을 방문했다. 전시된 자료에서 지구의 온난화로 빙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자연을 훼손하며 마지막으로 치닫는 오만한 인간의 오류에 잠시 우울했다. 미래의 생존을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일을 되짚어 보았고,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피얼란드 빙하 박물관

박물관 한쪽에는 특별 전시관이 있었는데, 내가 오래전에 다큐멘터리로 본 내용이라 반가웠다. 1991년 9월 19일 20세기의 고고학적 대발견이 이었다. 남부 티롤에 위치한 하우스라뵤츠에서 냉동인간 '외치'가 발견되었다. 5,300년 전 선사시대에 살았던 외치는 왼쪽 어깨에 맞은 화살로 인해 많은 피를 쏟고 쓰러져 수천 년이 흐른 후에 빙하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가 지녔던 도끼, 활, 배낭은 현대의 것과 모양이나 기능이 유사해 보였다. 과연 인간이 발전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기술의 발달, 철학의 진보나 사고의 전환이 인간의 발전을 의미하는가? 어쩌면 단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5,300년 전에도 남자는 가족을 위해 사냥을 했고, 힘센 자는 약한 자를 약탈했다.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도끼와 활 대신에 총이 사용된다는 것과 인간들이 더 탐욕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빼고 무엇이 더 발전했다는 말인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빙원인 요스테딜 빙원의 한 자락인 뵈이야 빙하를 찾아갔다. 아름다운 푸른색 빙하로 알려진 뵈이야 빙하는 오랜 세월 녹고 녹아 흰 눈이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낮은 기온보다는 고산 지역의 많은 적설량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었다. 계절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요스테달렌 계곡을 향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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