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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7. 2020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북유럽의 중세시대를 경험하다.

2017년 5월 북유럽 여행

배가 정박한 곳은 남한의 절반 크기에 전체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이다. 발트해의 핀란드 연안에 있는 항만도시인 탈린에는 약 4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동유럽 북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 3국에 속한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연중 관광객이 800만 명이나 온다고 하지만, 잠시 스치듯 훑어보았는데 볼거리는 그리 대단치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Skype가 이 나라에서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IT 대국이라니 놀랍다. 몇 년 전부터 매일 아침 30분 동안 젊은 필리피노와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로 에스토니아에서 개발한 Skype 앱이 있어서 무료로 통화를 하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두 번째는 13세기에 덴마크와 독일의 연합 침입을 시작으로 800여 년 동안 이방인의 통치하에 신음하며 살면서도, 자국어를 잃지 않고 보전하여 현재까지 에스토니아어 고유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작지만 참 대단한 나라다. 19세기에 들어와서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여 20년 동안 자력 통치해 오다가, 다시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소련이 붕괴한 1991년에 다시 독립을 쟁취했다고 한다. 에스토니아는 겨우 26살의 신생 독립국이다.

탈린은 몇 시간 만에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다. 해발 50m 언덕에 위치한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세워진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다. 성당 이름은 러시아의 영웅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13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17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개조되었다. 매일 아침 8시에 성당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해발 50m  톰페아 언덕에 위치한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
북유럽 중세 시청 중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하는 탈린 시청은 구도시 라에코야 광장 한 쪽 편에 우뚝 서 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적어져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루터 교회, 구 도시의 진입구인 비루 문은 원래 성과 연결되었지만 파괴되고 현재는 쌍둥이 탑만 남았다. 구도시의 13세기에 지어진 건축물과 골목길이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탈린의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에스토니아의 대표적 루터교 교회. 독일 십자군이 쳐들어와 세운 교회라고 한다.
톰페아 성의 8개 성문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 도시의 진입로 비루 게이트  

코투오차 전망대는 탈린에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발트해, 서쪽으로는 구 소련을 느낄 수 있는 공장지대, 동쪽으로는 중세 독일 상인들의 자치도시를  볼 수 있다. 멀리 발트해를 배경으로 뾰족이 솟아오른 울라프 교회와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우리나라 대사관 조차 없는 이 나라에 교민이 13명 살고 있다고 한다. 평균 월 소득 130만 원 하는 이 나라가 유럽연합에 속한 뒤 물가가 껑충 뛰어올라 시민들의 삶이 힘들어졌다.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가 4,000 원정도다. 도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공기는 한국의 산속만치나 깨끗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시 버스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내내 산 하나 없고 들과 초목만 넓게 펼쳐졌다. '더 잘 살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되기를 연민의 마음으로 빌었다.


인상이 굳고 험해 보이는 관료들에 의해 통관절차를 밟는 엄격한 러시아 국경선을 통과했다. 달리는 버스 밖으로는 가난한 러시아 가옥들이 눈에 띄고, 핀란드만 발틱 해안선 위에는 멋진 흰구름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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