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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02. 2021

브라질, 이빠네마 히피 시장과 해변

남미 여행 35

며칠간 여행할 브라질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15세기에 유럽의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서 식민지 국가를 건설할 때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발견했다. 이곳 원주민들은 친절한 환대하고 식량과 물자를 제공하면서 백인들을 맞이 했지만 포르투갈은 총칼로 그들을 제압하였다. 그들은 원주민 문화를 파괴했다.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노예로 사고팔았다. 17세기 금,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자 아프리카로부터 흑인을 노예로 데려와서 광산에 투입하여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브라질에 흑인이 많은 이유다. 18세기에 나폴레옹이 포르투갈을 칩입되자 일부 왕족이 브라질로 도피하였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뻬드로 황태자가 독립을 선언하여 1822년에 독립국이 되었다. 그 후 여러 지배자의 변경과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정치적 위기와 사회불안이 계속되었다. 1980년대에 군정에서 민정으로 이양되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정책이 펼쳐지고 경제성장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여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사정이 어렵다. 물가는 비싸서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나라는 되지 못한다.

어제 저녁 히우 데 자네이루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처럼 컨테이너 만한 크기의 집들을 다닥다닥 붙여 2,3층으로 지어 올린 빈민자들의 집들에서 짙은 가난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이 도시도 온통 차들이 넘쳐나고 무질서한 교통난이 심각했다. 리오 삼바 대축제가 끝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탓인지 숙소로 정한 호스텔 입구에서는 웃통을 벗은 청년들과 처자들이 고음의 시끄러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3층 침대에 12명이 묵는 숙소에 비좁게 짐을 풀었다.  이곳 법칙에 맞추어 웃통을 벗고 잠을 청했다. 밤새 에어컨이 돌아가서 새벽에는 조금 추웠다.

컨테이너만 한 집들이 다닥다닥 이어진 빈곤한 마을에 사는 리오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삼바의 춤에 인생을 맡기고 즐겁게 살라간다.    

 아침부터 열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가만히 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이빠네마 히피 시장에 가기로 했다. 가족 제품, 조각품, 가면, 악기 등 다양한 수공예품과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시장 가운데는 그림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남미 특유의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브라질은 보석 광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시장 내 작은 수레에 펼쳐 놓은 돌조각 기념품 중에는 황색, 투명한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의 보석들이 판매되고 있다. 지켜보던 중에 한 중국인이 기념품을 200 달러에 구매했다. 이곳 상인들과 상품을 믿을 만 한지 의문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노란색 돌로 앵무새를 조각한 기념품 하나 샀다.

이빠네마 히피 시장의 규모는 적으나 찾는 사람이 많다.

역시 이런 시장은 여자들에게나 인기 높을 곳이다. 남자는 재빨리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이빠네마 해변에서 피곤한 삶을 털어내고 주어진 삶을 즐기는 주민들에 비해, 나는 엉거주춤거리며 끝내 물속에 몸 한번 담가보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인근 이빠네마 해변을 거쳐 코빠까바나 해변으로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 대서양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졌다. 반타원형 두 개의 해변이 붙어 있다. 이빠네마 해변은 부유한 자가 많이 찾고 쭉쭉빵빵한 처자들이 많고, 코빠까바나 해변은 가난한 자와 흑인들을 위한 비치라고 하는데 대동소이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백인보다는 흑인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과거 노예로 팔려온 흑인의 후예가 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해 본다. 흑인이 아닐지라도 얼마나 햇볕 노출이 심했든지 흑갈색 피부가 넘친다. 이 내리쬐는 땡볕 아래 파라솔도 없이 그대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과 비치 배구를 즐기는 사람 사람들... 저러다 다들 피부암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특이하게도 얼음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해운대에는 얼음 파는 사람들이 없었지? 얼음 장사하면 잘 되지 않을까?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해변을 지나갔다. 처음 페루 리마에서 무방비 상태로 도심지를 걸었다. 얼굴이 빨갛게 익고 팔뚝이 타서 며칠간 따가웠다. 피부가 한 겹 벗겨지는 경험을 했다. 그 후부터는 긴바지를 입고 얼굴엔 선크림을 하얗게 바르고 모자를 쓴다. 그것도 모자라서 검은색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지나가는데 모두들 의아한 눈길을 보낸다. 강렬한 햇볕을 즐기기 위해 온 이 해변에 꽁꽁 쳐 맨 이방인이 나타났으니 참으로 기이하게 여길 법도 하다. 이 도시는 해변이 아닌 거리에서도 비키니 차림이 사로 보이는데 말이지.


마트에서 3일간 먹을 식량을 구입하여 호스텔로 돌아왔다. 여기가 천국이다. 24시간 에어컨이 켜있으니 얼마나 시원한가. 현지인처럼 웃통을 벗고 달콤한 낮잠을 잤다. 얼마를 자고 난 뒤 마트에서 산 닭다리에 마늘 두 통 넣고 길쭉 쌀을 넣어 백숙을 끓였다. 맛있다. 이국 땅에서 백숙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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