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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27. 2021

꽃비가 내리는 진해 여좌천

올해 예년에 비해 벚꽃이 10일 정도 앞서 만개하기 시작했다.


다들 벚꽃이 필 즈음에는 봄기운이 마음 가득 찾아와

봄바람맞으러 어딘가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난 그동안 주변에서 벚꽃놀이 가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부산의 온천장 길 따라 피어있는 벚꽃과

남천동 벚꽃 터널을 들먹이면서

어디나 다 같지 않느냐며 집 근처에 피어난 벚꽃을 보는 것으로

벚꽃놀이 가는 것을 외면해 왔다.


그러다가 어제

거제도로 팀 행사 다녀오는 길에 들린 진해는

도시 진입 때부터 벚꽃들이 시(市)를 둘러싼 산 중턱을 점령해 있고

거리 가로수에서도 분홍색 벚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흰 눈같이 흩날리는 여좌천을 걷고 있으면

온통 우리의 외투, 머리와 얼굴에 벚꽃이 내려와

마음이 분홍 빛으로 물들어 어느새 우리가 한 닢 벚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제 진해 벚꽃 소식은 이웃 여러 나라에 알려져

여러 나라에서 함께 즐기고자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와서

여좌천에는 다양한 언어와 흥겨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한편 내 마음은 잠시 우울해졌다.

가이드의 작은 깃발에서 줄줄이 따라다니는 일본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해서는 '한 때 이곳이 그들이 점령했던 자기들의 땅이었다'라고

망령된 말을 내뱉고 있지는 않을지...

그래서 애써 귀로 들리는 일본어를 차단하고

이 곳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국제적인 명소로 키워 낸

충무 시민의 저력을 자랑스러워했다.   



벚꽃축제로 불리어지는 진해군항제는 1953년 4월 13일에,

1592년 임진년에 반도를 침략한 왜군을 무찔러 결국 히데요시 정권을 패망에 이르게 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하여 온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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