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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pr 03. 2021

다시 시작한 수채화 그리기

한 3년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고, 그 일에 집중해야 했다.

출장도 잦아 정해진 요일에 화실에 갈 수 없었다.


사람들을 모으고 협상을 하고

지역을 방문해서 현안을 듣고

회사를 상대로 개선을 요구해서 작은 결과들을 쌓아 올리며

때로는 성취감을 느꼈고

때로는 실망과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의욕과 책임감으로 일을 하지만

때때로 삶의 무게를 들어낼 무엇이 필요했다.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짐과 부담, 일을 잊어버리고 몰두할 수  있는 무엇을 나는 찾고 있었다.


밴드에서 중국 작가들과  몇몇 여류 작가들의

맑고 투명한 수채화를 틈틈이 보면서,

유튜브를 통해 수채화를 그리는 화법과 스킬을 마음속으로 따라 그리면서

수채화를 다시 그리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잊어버린 물감의 농도 조절과 붓놀림의 속도를 생각해 내어 겨우 완성했다.


결국 다시 붓을 들었다.

일을 조정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수채화를 다시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든 것을 잊고 몰입하는 시간이며

세상의 무게를 떨치고 주어진 삶을 버텨 나갈 힘을 키우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붓을 들어

물감의 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붓놀림의 속도는 어느 정도로 빨라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물감의 옅은 농도는 물속 그림자를 재현하지 못하고

느린 붓놀림은 도화지 깊숙이까지 물끼가 스며들게 해서

덧바른 물감이 번지고 화선지 표면에 보풀이 일게 했다.


겨우 겨우 옛 기억을 되살리고

강사의 조언을 받아 첫 연습작을 마무리했다.


눈에 거스리는 부분이 많다.


다음 주부터 똑같은 그림을 다시 그려 보리라.

그러면 더 올바른 색깔을 선택하고

붓놀림의 주저함이 줄어들어

맑고 선명한 물속 바위와 조약돌을 그려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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