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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pr 21. 2021

빗속을 뚫고 이즈하라를 살피다.

2018년, 대마도 낚시여행(2)

10여 명이 는 남미의 허름한 호스텔에서도 깊은 숙면을 취하던  내가 대마도에서의 첫날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였다. 여전히 겨울 기운이 남아있어 모기가 없을 법한데 발등과 발가락이 몹시 가려웠다. 몇 번이나 일어나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호랑이 연고를 찾아 발랐는데도 여전히 가려웠다. 배드 버그인가?

6시쯤에 일어나 비옷을 챙겨 입고 어제 낚시를 하면서 눈여겨보아 둔 갯바위로 산책을 나갔다. 갯바위 바닥은 군데군데 용암이 휘돌아 감으며 굳어진 검은색 암반들이 펼쳐져 있었다. 화산활동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침식으로 해안가가 깎여져 나가고 무너진 돌이 파도에 씻겨져 나가고 있었다. 제법 모양새를 갖춘 수석을 찾기에 적당한 지형으로 보였다. 허리를 굽혀 돌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탐색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돌 한 개를 주어, 미리 선택한 돌과 비교해 더 기이하고 보기 좋은 것으로 교체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모양은 좋은데 무른 석질이 다소 문제있어 보였다. 일본엔 수석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귀한 돌들을 그냥 두는 것이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돌들이 많이 보였다. 욕심 같아서는 모두 가져가고 싶지만 최종적으로 소품들로만 몇 개를 선택했다.

돌 몇 개로 이번 여행이 실망에서 만족으로 변했다. 비바람으로 낚시를 못하는 이 순간에 마음에 드는 돌 탐석의 기회를 얻게 되어 다행이다. 다다미방에 누워 시간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 찾아다닌 결과가 아닌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즐기라는 얘기가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족들과 우중을 뚫고 관광과 쇼핑을 나서기로 했다. 약국에 들려 약을 몇 가지 샀다. 상처 난 에 바르면 설거지를 해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액체 반창고, 입안에 염증이 생길 때 붙이는 반창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정도로 목이 따갑고 아플 때 먹는 약 등 효과 직빵인 일본 약들을 샀다. 물론 캐비지 소화제는 필수약이니 샀다.

 
티아라 쇼핑몰에 들려 비옷을 사 입고 덕혜옹주 결혼 봉축 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조선왕조 26대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는 1931년 5월 대마도 번주 타케유키 백작과 결혼하여 딸 정혜를 낳았다. 1955년 정신착란으로 이혼 후 1961년에 귀국한 덕혜옹주는 1989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별세했다. 열대 강국의 틈새에 휘말렸던 힘없는 조선말 시대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옹주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

덕혜옹주 결혼봉축비

잘 가꾸어진 일본 전통의 정원을 지나 반쇼인에 닿았다. 일본 특유의 절 내부에는 둥글고 단순한 얼굴이 있었다.  '센과 히치로' 등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본 익숙한 형상이다. 일본 정통의 대표 얼굴 형상을 애니메이션에 등장시킨 것이다.

절 옆에 여러 부도를 모신 곳이 있는데 반듯한 계단을 올라야 접근할 수 있다. 계단 끝에는 오랜 세월을 이겨 온 두 그루 나무가 이방인을 반겨 준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허리가 꺾여졌지만 여전히 푸른 잎을 내어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의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오래된 부도를 만나게 된다.



이즈하라는 도심 중심가를 따라 흐르는 수로변을 따라 식당과 선술집들이 나열되어 있다. 우중이라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못하고 패밀리 마트에 들어가 어묵, 곱창 꼬치, 치킨 등을 맛보았다. 일본의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 음식들도 맛이 양호했다. 점심 식사는 초밥을 먹기로 했다. 맛집 스시야 초밥집을 찾아 거센 비바람을 뚫고 지나가다가 대마도의 명물 카스 마키를 샀다. 부드러운 카스테라 속에 달콤한 팥소가 가득한 카스테라와 마키의 만남은 350년의 전통을 자랑했다. 스시야의 초밥은 일본 초밥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회전식 초밥을 마음껏 먹지 않은 것 같았다. 민숙으로 돌아오는 길에 벨류 마트에 들려 초밥을 샀다. 마트 초밥도 맛이 스시야 초밥 못지 않았다.        

낚시점에 들려 비옷을 샀다. 코어택스인데 가격 할인에다 세금 환급까지 받아 시마노 비옷 한벌에 24만 원에 구입했다. 형님은 좋은 가격에 샀다며 홍재 했단다. 이 비옷은 마지막 날 선상낚시에서 옷값을 톡톡히 했다.


흑우 와규와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주인장이 낮은 등급의 소고기를 제공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와규의 맛은 별로 였고, 삼겹살은 맛이 좋았다. 삶아 나온 가르비는 크기가 중간 정도였는데, 조갯살은 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가르비만큼이나 크고 두터웠다. 맛도 훌륭했다. 가르비는 일본에 와서 먹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 날엔 비가 오더라도 선상낚시를 할 것이라고 낚싯배를 예약했다. 그리고 낚시채비를 꼼꼼히 살폈다. 바다 깊숙이 내려서 밑밥 새우를 흘리는 다대포 낚시 방식과 달리 선상 가까이 밑밥통을 내리는 대마도의 특성에 맞춰 채비를 했다. 아가미 깊이 박힌 낚싯바늘을 빼지 못해서 밑줄을 끊어야 될 경우를 대비하여 낚싯바늘 메는 법도 다시 배워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손에 익혔다. 고기가 막 올라오는 때에 바늘이 낚싯줄에서 풀리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남들 다 고기를 끌어올리는 피크 타임에 낚싯줄을 매면서 물끄러미 쳐다만 보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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