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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29. 2021

카파도키아 가는 길

옛 여행지 터키 이야기, 두 번째

여행객에게 '형제의 나라'라며 친근하게 대하는 터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일면식도 없는 작은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5,000여 명의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공산화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행을 지원했다. 멀고 먼 이방의 땅을 찾아온 젊은 터키인들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며 한국 땅에서 산화했다. 터키 수도 앙카라 한복판에 세워진 한국공원을 들러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쓰러져 간 영혼들을 기리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터키 수도 앙카라 한복판에 세워진 한국공원

한국전에 참여한 터키 군인이 한 불쌍한 한국인 고아와 인연을 맺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파병이 끝날 무렵 이 고아를 터키로 데려가려 했으나 복잡한 절차와 수속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다. 오랫동안 소식이 단절되고 긴 시간이 흘러, 마침내 성인이 된 고아를 찾아 상봉하는 늙은 터키 참전 군인의 사연을 비디오로 보면서 진정으로 이 나라에 강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터키인은 그들의 할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자유를 지켜낸 한국이 전쟁의 상흔과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형제의 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어 관광 온 한국인에게 따뜻한 인사의 손짓을 나눈다.


버스가 달리고 달리다가 하얀 눈밭에 멈추었다. 소금 호수다. 호수가에는 함초가 자라나고 있었다. 함초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나라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식품으로 먹을까? 물이 말라서 소금으로 덮인 호수 위를 호기심에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는 또 달렸고, 이번에는 분홍색 호수가 펼쳐졌다. 소금 성분에 인이 포함되어 분홍색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 호수 옆에는 호수 물을 활용하여 비료로 사용되는 인산칼슘을 생산하는 공장이 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잠시 버스를 멈추었다. 식사를 위해 들린 곳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황량한 들판 가운데 땅굴을 파서 넓은 공간을 마련한 식당이다. 땅 밑이라 제법 선선했다. 음식이 담긴 항아리를 망치로 깨고 그 속에 든 고기를 나누어 먹는 항아리 케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카파도키아 가는 길에 들린 데린큐유는 개미굴처럼 지하 곳곳으로 파내려 간 대규모 지하도시이다. 과거 아랍인들로부터 도피한 기독교인들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동굴은 지하 20층까지 파 내려갔고 수십 Km 먼 도시와도 연결되었다고 한다. 내부 통로와 환기구가 지하 각층으로 연결되어 있고 교회, 학교, 심지어 우물과 짐승을 기르는 사육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을 습격하는 건장한 침략자를 막기 위해 지하 동굴을 좁고 낮게 만들어 큰 체구의 침입자가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좁고 낮은 지하 동굴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당신 주민들은 자신들의 신체구조가 왜소하게 바뀔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살면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무리 천둥과 번개가 치고 긴 어둠이 세상을 덮는다고 하더라도 어둠 뒤에는 밝게 빛나는 태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 비록 거칠고 죽을 것 같은 환난 속에서 실낱같은 구속의 빛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자신들이 섬기는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굳게 믿었다. 그들의 굳은 신념은 이 지하동굴에서 수 세대를 이어 갔고, 끝까지 자신의 신앙을 지켜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로마인들로부터 도망쳐 온 기독교인의 삶의 터전이었던 카파도키아는 신약성경에도 나온다. 7세기 중반 이슬람 왕조의 침공을 받게 되자 신자들이 동굴이나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지하도시를 건설해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살아온 도시이다. 지금도 100여 개의 교회가 남아 있고, 교회의 프레스코화는 잘 보존되어 있다.

7세기 중반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 동굴이나 바위에 구멍을 뚫어 건설한 도시  일부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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