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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11. 2021

트로이 전쟁과 목마가 실제 한 곳

옛 여행기 터키 이야기, 네 번째

트로이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다르다넬스 해협의 작은 항구도시 아이발릭에 도착해서 강렬한 햇빛을 피해 쫓기듯 호텔로 달려갔다. 넓은 해변에 펼쳐져 있는 파라솔과 푸른 에게해를 바라다보면서 바다가 아닌 호텔 옥상에 설치된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저녁 한나절을 보냈다.

햇볕이 지나치게 강력해서 푸른 에게해에 몸을 담가보지고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다만 보았다. 아쉬웠다.

해가 떨어진 후에라야 환히 불을 밝힌 거리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TV를 볼 수 있도록 넓은 자리를 마련한 가게와 조잡해 보이는 기념품을 파는 곳, 레몬즙을 뿌린 굴을 파는 노점을 둘러보았다. 신약 성경에서 예수께서 배가 고파 따먹으려고 했던 무화과가 이 지역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는 듯, 마른 무화과를 펼쳐서 10개씩 실로 묶어서 팔고 있어서 사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곶감과 맛이 유사했고, 실로 묶어 보관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했다.  물 한 통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올림푸스 신들과 실존인물을 뒤섞여 지어진 호르메스의 책, 일리아드가 독일인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설화에서 역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게 되면 서다.  어린 시절 읽었던 트로이 전쟁과 목마가 실제 한 것이라고 믿었던 그는 1870년부터 3년간의 발굴로 트로이는 실재하는 도시였음을 확인했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10년간이나 그리스와 끝없는 전쟁을 벌리던 트로이는 대형 트로이 목마에 군인들을 숨겨 그리스 적지 깊이 침투하여 마침내 긴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동화 같은 역사가 잠든 트로이는 곳곳에 성터와 작은 음악당, 건물의 흔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발굴한 탓인지 작은 규모면에서나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유적지들로 초라히 느껴졌고, 트로이 목마에 대한 환상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관광객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의 아시아 쪽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해협을 건너 유럽 쪽 이스탄불로 향했다. 주말이라 부모와 함께 고향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다시 이스탄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중학생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터키인이나 여행 중에 만난 터키인과 시리아 학생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한다. 이들에 비해 어릴 때부터 죽어라 영어학원을 다니고 십 수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머리에서 영어 문법만 맴돌다가 입으로는 'I am ~ ~ ' 한마다 겨우 내뱉은 우리의 실정. 이를 어찌할꼬... 그래도 요즈음은 학교에서 회화 위주로 영어 교육이 바뀌어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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