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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27. 2023

벳부, 유후인과 세계 최대의 칼데라 아소 대관봉

규슈 둘째 날

어제 저녁엔 여탕으로 사용했던 온천탕이 오늘 아침엔 남탕으로 바뀌어 있었다.

온천 원탕에서 몸을 덥힌 후 야외 온천탕으로 나갔다. 물은 더 뜨겁고 더 맑았다.

두발을 물에 담그고 상체는 새벽 공기에 노출시켰다. 정신이 맑아지고 상쾌해졌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에 오르니 온천 료칸 여주인이 차까지 올라와서

서툰 한국어로 당 호텔을 찾아와 주어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자신과 같이 *자로 끝나는 이름(미자, 미치코, **코)을 가진 여성에게 작은 선물을 나눠 주었다.

그리고 떠나가는 버스를 향해 료칸  종사자들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여주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식사를 정성 들여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해 손님께 봉사하고 마지막에 감사의 말과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는

전통 료칸의 의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버스가 히노끼 나무로 빽빽한 좁은 산길을 헤치며 달려간

작고 바다를 접한 벳부 지역에는 3천여 개의 온천이 분포되어 있다. 

버스를 멈춘 곳에서는 계란 썩는 듯한 악취가 풍기면서

솟아오르는 유황 연기에서 하루 1mm의 노란 꽃이 자라고

이 성분을 긁어모아 가정에서 천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도록

유노하나 유황가루로 개발하여 팔고 있었다.

전에 아들과 함께 벳부에 왔을 때 유노하나 입욕제를 샀던 기억이 났다.


유노하나 유황 입욕제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곳엔 저렴하게 개인,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작은 온천탕이 있다.


가마도 지옥 체험을 위해 들린 곳에서는

솟아오르는 온천수의 온도와 유황 성분에 따라 물의 색깔이

에메랄드 빛을  띠거나 황산화 철분으로 인해 붉게 물들어 있었고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곳도 있었다.

친구가 건네준 펄펄 끓는 온천수로 익힌 계란은

손이 뜨거울 정도의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간직했다.


일본 사람들은 복을 가져 온다는 믿음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한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는 규모가 아담하고

이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천 물은 투명하리만큼 맑았다.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은 물고기들이 내 발걸음을 잡았다.

유노쓰보카이도 유후인 상점거리는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거리마다 유명 맛집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거리를 뒤져 명문 빵집에서 산 예쁜 포장의 찹쌀떡과 빵은 가격에 비해 맛이 떨어졌다.

맛이 가격을 이기지 못하고 평범했다.

이 작은 동네에 뭐가 있어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까?

기린코 호수도 거리의 풍물도 맛도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허울 좋은 헛 명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이며 거리를 가득 메꾸고 있었다.

먹거리 외에도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세서리를 사는 사람들이 여러 가게들을 기웃거렸다.


유후인. 화산 폭발후 산 높이가 20m나 더 높아졌고, 그 후 생성된 긴린코 호수
긴린코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개울물에는 송사리 떼가 산다. 그 동네에는 신기하게도 하얀 동백꽃도 피어나고 있었다.
유후인 상점거리에는 게으른 잠을 자고 있는 개들이 있고, 원숭이인지  개구리인지 불명확한 나상이 손님을 부른다.


점심식사 후 고속도로를 달려 고고노에로 이동했다.

길이 390m,  높이 173m,  폭이 1.5m인 유메노즈리바시는

일본에서 제일 길고 높은 보행자 전용 현수교이다.

깊은 계곡 양  끝단을 이은 현수교를 건너노라면 약간의 현기증이 일기도 해서

현수교 두 지점에 나이 든 봉사자가 지나가는 과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만일을 대비하고 있다.

다리의 절반을 지나면 건너편 높은 언덕과 산허리에서 떨어지는 두 개의 폭포수가 시선을 잡는다.

멀리서 보이는 하얀  물줄기를 보면 상당한 수량일 텐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자연수인지 관광객을 위해 준비한 인공 폭포수인지

보는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다.


유메노즈리바시 보행자 전용 현수교


일본의 산세는 우리와 달랐다.

낮은  산들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높은 산봉우리가 우뚝 섰고 산 정상에는 흰 눈이 흩뿌려져 있었다.

산이 완만하지 않고 불쑥 치솟고 뒤틀려진 것이 이색적이다.

산들마다 삼나무와 측백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고

화산 활동으로 지표면이 뜨거운 곳은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갈대들이 낮게 깔려 있다.

버스는 여러 번 이들 산길을 누비며 목적지로 이동했다.

시선을 창밖에 두고 있다가 스치는 장면이 이색적이라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빈번히 창문을 열고 휴대폰을 꺼내면 버스가 빠르게 달려 그 장면들을 지나쳐  버렸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어 둔 체 근사한 장면이 나오도록 대기할 수는 없었다.

산등성  눈이 녹고 나무들이 스치며 내뿜는 차가운 바람이 몸을 오싹케 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평지가 눈아래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들이고,

북유럽의 빙하기 시절 거대한 유빙이 쓸고 간 흔적을 떠올리는 곳이었다.


칼데라가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거대  깔데라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지도상의 현재지에 서있다.


결국 그 지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찾아갔다.

그곳은 세계 최대의 칼데라로 만들어진 거대 아소 대관봉이다.

화산 활동으로 엄청난 용암이 분출하고 난 빈 공간 위 지각층이 함몰되어 칼데라를 형성한다.

78만 5천 평방미터의 칼데라 거대 평원에 형성된 도시가 아소 지역이다.

아소 대관봉 주변 나무가 잘려나가고 초지가 펼쳐지는 대평원을 걸으며

넓은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의 기상을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가슴이 트이는 유쾌한 곳이었다.


칼데라를 둘러싸고 있는 5개의 봉우리중 4개는 휴화산이 되었고, 아소 화산은  활화산으로 지금도 하얀 연기를 뿜고 있다.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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