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좀티엔 2
(둘째 날)
아침에 눈을 떴다.
거실 창을 통해 바다가 열리고 아련한 물안개 위에 섬들이 부유한다.
타원형 해변을 따라 야자열매가 줄지어 서있고
지난밤에 마신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해변에 널브러져 있다.
안전한 해수욕을 위해 바다 위로 노란 경계물이 줄 쳐져 있고
시원한 아침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는 여행객을 태운 제트보트가
파란 바다 위를 달려 흰 물보라를 일으키고
바지런한 장사치가 연기를 피워 올리며 꼬치를 굽고
날씬한 몸매를 중요시하는 노랑머리 젊은이들이 조깅을 즐긴다.
23층 콘도에서 휴양지의 아침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뜨거운 낮 동안에는 콘도에 머물다가 햇빛이 약해지는 오후에나 거동해 볼 작정을 하면서
게으른 하품을 짓는다.
아열대 지역이지만 스튜디오 입구 문과 거실 베란다 문을 여니
제법 시원한 살랑거리는 바람이 지난밤 잠이 부족한 나를 낮잠 자기로 이끌었다.
쉬러 왔으니 낮잠도 자고 최대한 게을러 지기로 했다.
4시쯤 슬슬 나갈 채비를 했다.
인근에 있는 유료 낚시터에서 징거미새우 낚시에 도전했다.
물빛이 검어 물속이 보이지도 않고
주인장이 새우를 얼마나 풀어놓았는지도 알 수 없고
새우의 습성을 모르니 양어장 중간에 모여 있을지, 구석에 쳐 박혀 있을지,
아니면 공기방울이 피어오르는 기포장치 주변에 있을지 예측불가하다.
심지어는 미끼로 주어진 닭의 간 크기를 작게, 크게 또는 길쭉하게
어떻게 잘라서 바늘에 끼워야 새우가 잘 물지 전혀 모르면서 새우 낚시를 시도했다.
먼저 온 태국인 둘은 기포 사이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기를 기다리는데
밑밥도 없이 한 곳에서 새우가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당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니 1시간 내 승부를 걸기로 한다.
미끼의 크기를 작게, 크게, 길쭉하게도 잘라서
기포사이, 양어장 가운데, 구석진 곳을 돌려가면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한 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미끼가 내려와 바닥에 닿는 그곳에
새우가 있다면 입질을 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면서.
두세 번 찌가 기웃거리는 어신이 와서 천천히 낚싯대를 당겼으나 이내 새우가 떨어져 나가곤 했다.
집게발로 미끼를 잡는 순간이었을까?
그렇다면 미끼의 크기를 키우고 새우가 미끼를 집게발로 잡아 입으로 옮기는 시간을 고려하여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난 후 채는 것이 옳겠지.
까탈스러운 긴 꼬리 벵에돔 낚시보다도 더 신중하고 정밀한 계산과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민물 새우 중 가장 크다고 하는 징거미새우 한 마리를 끌어올렸다.
낚시란 것은 정말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은 취미이지만
이런저런 시도 후 한 마리 끌어올릴 때 내 계산이 적중했다는 자기만족과
낚싯대가 허리까지 휠 정도 힘차게 차고 나가는 물고기를 제압하는 손맛에
낚시꾼은 시간만 나면 갯바위에 올라가 물고기와 한 판을 벌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좀티엔 야시장은 먹거리가 넘쳐났고 한 끼 식사를 이곳에서 때우려는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간혹 동양인이 눈에 띄지만 중국인들 뿐이고 우리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많던 한국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바트화 가치가 올라 여행비용이 30%나 올라가서
더 이상 저가로 동남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그 원인일 게다.
그렇다고 여러 여행 유튜버들이 말하는
자취를 감춘 한국인으로 인해 동남아 관광지가 텅 비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인들만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젊은 또는 가족단위 여행객들과
적은 연금을 받고서도 적당한 유흥과 생활을 즐기는 백인 은퇴자들이 운집해 있다.
파타야는 오래전부터 백인들의 은퇴 후 정착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평균 소득이 높지 않은 러시안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고
몇 해전부터 인도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예 러시안들은 워킹 스트릿까지 진출해서 백안의 미녀들이 춤과 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연어 초밥, 장어초밥, 케밥, 돼지고기 닭고기 꼬치, 새우볶음국수, 아보카도와 키위로 만든 주스.
야시장에서의 한 끼는 절대 저렴하지 않다.
초밥 한 알에 400원에 불가하지만 음식 가짓수가 늘어나니
왠만한 뷔페식당에서의 한 끼와 맞먹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야시장에서 저녁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드는 여행객이 많다.
음료, 다양한 음식과 긴 줄에 서서 겨우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들더라도
음식을 놓을 빈 식탁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는 사이 음식은 식고 줄 서서 주문한 음식의 맛조차 기대이하라 실망한다.
그래도 난전에서 여러 이방인들과 섞이고 뜻 모를 외국어의 홍수 속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식사 후 콘도를 향해 해변을 따라 걸었다.
밤이 되니 더운 줄 모르겠다.
해변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부류가 있고
모랫가에서 또는 바다 멀리까지 나가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있고
해변 조명밑에는 워킹 스트릿에서 밀려난 늙은 푸잉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외로이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