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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25. 2020

청사포 열기 낚시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겨울 낚시 막바지를 즐기기 위해

목요일 아침에 청사포 낚싯배를 겨우 예약했다.


토요일 낚시를 간다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작은 설렘으로

목, 금요일 이틀 동안은 무료함을 잊을 수 있었다.


이른 새벽의 청사포에는 겨우내 키운 미역을 수확하는

부지런한 아낙과 장정 몇 명만 있을 뿐이고,  

동트기 직전의 어둠이

푸른 바다와 조개구이 집의 번잡을 가리고 있었다.


동이 트고

선장님이 손님 맞을 채비를  마치고

하나 둘 모여든 도시의 어부를  싣고

해운대 앞바다 선장님만 아는 열기 포인트로 배를 몰아갔다.


선상에서 열기의 붉은 꽃이 여러 번 피고 졌다.

10개 바늘 모두에 열기가 주렁주렁 달리고

간혹 씨알 좋은 볼락이 도시 어부의 군침을 돌게 했다.


바늘에 새우 꼽기가 바쁠 정도로 낚시에 집중한 결과

물허벅 가득히 열기를 채웠다.

옆자리 초보자의 빈 쿨러를 가득 채워주고

큰 놈들 몇 마리만 집으로 가져와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으려 했더니

지난번 대마도와 다대포에서 잡은 참돔과 굵은 잡어들이

이미 냉동실내에서 자리를 잡고 있더라.


열기를 다듬는데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따끔거려 봤더니

열기 떼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고기 따고 새우 미끼 끼우려고 서두르다가

낚시  바늘에 찔리고 고기 지느러미에 스쳐간  영광스러운 상처 흔적이더라.


낚시에 집중할 땐 따가운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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