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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07. 2020

드디어 태항 대협곡

중국 태항산, 마지막 이야기

월요일인데도 호텔 식당이 북적 거리고 그중에 특히  붉은 조끼를 입은 중국인이 많이 눈에 띈다. 1967년 강우량이 적어 가뭄에 시달려 온 임주 백성들 30여만 명이 물을 구하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동서 250km나 되는 태항산맥 저너머 산시성에 흐르는 장강의 강물을  끌어 오겠다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그 수로 길이가 1,500km나 되는 대역사로 중국 역사에 수록되었다. 이름하여 '홍기거', 공사 중 많은 사상자가 흘린 피를 의미하는 '붉을 홍'과 수로를 의미하는 '기거'. 많은 중국인들이 홍기거의 정신을 배우자고 임주를 찾아온다. 붉은 조끼를 입은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오늘의 트래킹 시작은 통천협. 하늘로 통하는 협곡이다.

높은 직벽 사이 좁은 계곡을 오른다. 수많은 계단과 잔도와 직벽에 홈을 파서 사람이 다니게 했다. 인공 소로를 걸을 때는 특히 머리를 주의해야 한다. 천정이 낮다. 계곡 군데군데엔 파아란 소가 있어 마음이 덩달아 푸르게 물든다. 때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인양 넓은 터를 채운 맑은 물에는 물고기들이 한적하게 노닐고 있다.


계곡 상층에 이르니 댐을 쌓고 물을 막아 배를 타는 곳을 만들어 났다. 신선 인양 계곡에서 배를 띄어 노닐며 시 한수 짓는  것을 상상한 것일까?


더 이상 오를 길이 없으니, 이들은 다시 암굴을 뚫고 이름을 '통천동'이라 이름을 붙였다.


동굴을 나와 이곳 풍경구의 절정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걸음을 뗐다. 케이블카를 내려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고 내린 다음 유리로 된 조망대에 올랐다. 산을 휘감아 돌아가는 계곡과 강물이 장관이었다.  


돌을 쪼개서 얇은 판을  만들어 지붕을 덮은 석판암이라는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를 고려해서 향채를 최대한 줄여 음식이 입에 맞았다. 그래도 다들 한국에서와 같이 배추로 쌈을 싸서 먹는 것을 좋아했다. 닭고기를 넣은 맑은 국물도 시원했다.

산 곳곳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오지에 무엇을 먹으며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자식들 교육은 제대로 시킬까? 어쩜 자식들이 크면 산 아래로 내려보내 학교에 다니게 하고 부부만 달랑 어렵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마을 중간중간에 제법 형식을 갖춘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 풍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많은 화가 지망생들이 찾아와 몇 주일을 머물고 가는 곳이란다. 이들로 인해 주민들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절벽 위 작은 땅이라도 개간하여 감자와 옥수수를 키워 먹는 것을 해결한다.

드디어 태항산 대협곡이다. 복숭아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는 입구 도화곡 협곡에서부터 트래킹은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고유지명이 붙어 있는 옥빛 폭포와 잔도와 연못들이 줄을 서있다.


모든 계곡에 담배꽁초나 휴지조각 하나 없이 깨끗하다. 곳곳에 밝은 녹색을 입은 환경 지킴이들이 배치되어 있어 쓸고 닦고 주워 항상 깨끗한 자연을  보존하고 있다.


비룡협을 지나고 환산선 계곡을 빠져나와서 정상으로 이어주는 도로를 카트를 타고 옮아 갔다. 머리를 짧게 자른 기사가 틀어 준 한국 뽕짝 노래를 들으며 빠르게 산 전체를 주마간산으로 훑어보았다.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 마침내 태항산 대협곡이 눈 아래 펼쳐졌다. 과연 중국의 그랜드 캐넌으로 불릴 만하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곳은 왕상암 풍경구인데 석가장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 안타깝게도 생략하고 카트를 타고 오던 길을 돌아 나왔다.


임주로 돌아와 저녁식사로 특별히 준비한 무한 리필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었다. 양상추처럼 사각사각 식감 좋은 상추와 삼겹살로 배를 채웠다. 저녁 7시 20분에 석가장으로 출발했다. 최근 버스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난 후 야간 버스 운행에 엄격한 규제가 정해졌단다. 밤 9시 이후에는 시속 7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는 기준을 준수한 버스는 새벽 12시 30분이 되어서야 호텔에 닿았다.

늦게까지 이번 여행을 정리하고 3시 반에 잠을 청했다.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12시 반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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