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Jul 16. 2020

어딘가로 떠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필리핀 보홀, 첫 번째 이야기

홀가분해지고 싶을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거다.

격전을 치르기 전에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출발 1시간 전에 주섬주섬  가방을 꾸리고 가장 편한 신발로 갈아 싣고 집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 출발시간이 남아 자리를 잡고 책을 꺼냈다. 한참 때는 몇 시간씩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1년에 책 100권쯤은 거뜬히 읽어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팟캐스트를 듣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책 속 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조차 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시사, 인물, 어학, 인문학, 여행까지 다양한 주제와 정보를 제공하는 팟캐스트를 귀를 통해 듣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귀로 스쳐가는 것들이 뇌에 새겨지지 않았고 나의 것이 되지 않았다. 그저 스쳐간 개념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설픈 지식과 정보를 잠시에 창고에 쌓아두었을 뿐이다. 오고 가다가 들어서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차를 몰면서 듣거나,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면 팟캐스트를 멀리해야 한다. 활자로 된 책을 직접 읽어야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새로운 개념을 체득하고 몰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다시 책을 가까이해서 무디어진 뇌를 기민하게 하고 인문학 소양을 더해서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찾아야 하겠다.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필리핀 세부에 왔었는데, 이번엔 안경원숭이를 보러 다시 왔다.

대형 거북, 돌고래, 15cm 남짓한 안경원숭이와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는 초콜릿 언덕이 눈앞에 펼쳐지고, 리복 강을 따라 열대 밀림을 경험할 수 있다는 보홀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홀의 아름다움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기반 시설이 부족한 탓인지 막상 여행지로 선택하는 사람은 적다. 부산을 출발해 세부에 도착해서 호텔로 가고, 이곳 항구로 오는 전 과정에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나 혼자만을 위해 가이드가 붙고 차량이 움직였다. 가이드가 들어올 수 없는 항구에서 터미널 사용료 1달러와 가방 택배료 2달러를 내고 보홀 가는 배를 탈 것이다.  

친근한 필리피노와 함께 어울리며 온전히 보홀의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즐기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태항 대협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