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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21. 2020

제주도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

휴가철, 첫 번째 이야기

목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아름다운 제주도로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렌터카를 빌려 차귀도 선상 낚시체험에 도전했다. 낚시채비 준비로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둑어둑할 시점에 배가 출발했다. 잠시 인근 해안으로 나가자마자 선장님이 나누어 준 릴대에 크릴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바다로 드리웠다. 후드득 고기가 미끼를 무는 느낌이 들어 재빠르게 낚아챘다.  물살을 헤치며 강한 반발력으로 달아나려는 물고기의 힘찬 기운을 손으로 느꼈다. 드디어 낚시가 시작되었다.

체험 낚시이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행운과 같이 고등어 떼를 만났다. 낚시를 드리우면 바로 몇 마리씩 달려들었다. 낚싯대를 끌어올려 고등어를 따내고, 바로 낚시를 드리우면 바로 고등어가 미끼를 물었다. 고기 따내고, 크릴 달고, 낚싯대 담그고, 또 올리고를 반복했다. 숨 가쁜 순간들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 바다낚시를 한다는 동료의 기쁜 함성이 들렸다. 선장님이 선상에서 저녁식사 대용으로 내놓은 돼지 삼겹살 구이와 방금 잡은 고등어 구어를 먹을 짧은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 먹는 것보다는 몰려드는 고등어를 한 마리라도 더 끌어올리는 재미가 얼마나 좋았는지... 잡은 고등어는 콘도에 가서 살을 포로 떠서 소금을 뿌린 뒤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부산으로 돌아올 때 각자 한 봉지씩 집으로 가지고 왔다.

           

다음 날은 자연의 기운과 피톤치드가 가득한 비자림에서의 산림욕으로 정신이 맑아졌다. 그리고 한림 근처 숨겨진 비경이 있다고 해서 제주도 서쪽으로 달려갔다. 둘레길 시작점인 작은 면사무소에 차를 두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걷다 보니 여러 차례 갈림길이 나왔으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간판조차 없었다. 좁고 인적이 적은 길을 발가는데로 막연히 걸어갔다. 사람이 다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황량한 지점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오던 길로 돌아왔다. 세계적 관광지라고 하는 제주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도에서도 빠진 곳. 현장 안내 간판도 없는 탄방로를 찾아가기는 힘들었다. 아직 여행객을 위한 정보가 미약하고 보충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서너 시가 되어 가볍게 먹을 것을 찾아 스마트폰을 뒤졌다. 제주도의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에 들러 고기국수를 주문했다. 보통의 국수에 삶은 돼지고기 몇 점을 얹어 나왔다. 삼겹살처럼 맛있는 부위가 아니라 비계에 큼직한 살이 붙어 있는 뒤다리 수육 몇 점이었다. 작은 실망, 그러나 맛을 보니 대반전이었다.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었든지! 수육을 별도로 추가 주문하여 먹었는데 그 맛이 지금껏 먹어 본 돼지 수육 중 최고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곳곳에 펼쳐져 있는 귤밭이 있어 체험 농장에 차를 멈추었다. 1인당 체험비 6천 원씩 내란다. 체험비는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만큼 귤을 자유롭게 따 먹는 비용이다. 하지만 우린 이미 고기 국수를 먹었고 또 맛있는 저녁식사가 계획되어  귤 몇 개만 맛볼 수밖에 없었다. 다소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 사람들아! 제주도 귤 체험장에 가려면 배가 고픈 상태에서 가세요.


숙소로 돌아와 일행이 쉬는 동안 동문시장에 장 보러 나갔다. 제주도 왔으니 겨울철 특미, 대방어 맛보기는 필수코스. 대방어가 너무 크서 주문 줄에 서있는 사람들과 한 마리를 회로 떠서  나누었. 쫄깃쫄깃 제주 똥돼지 삼겹살도 사고, 제주도 특별식 오메기떡도 샀다. 숙소로 돌아와, 한상 잔뜩 차려 맛있게 배 터지게 먹었다.

다음 날. 전날 늦게 합류한 일행 몇 사람은 한라산 등반을 원했다. 한라산 등산파들을 새벽에 영실코스 시작 지점으로 실어다 주었다. 대다수는 가볍게 제주 둘레길 트래킹을 주장하여 트래킹 파들은 아침 느긋한 시간에 첫 코스로 에코랜드로 향했다. 살짝 비가 뿌려지는데 무슨 상관이랴. 미국 디즈니랜드를 흉내 낸 듯 괘도 열차가 설치되어 있었다. 몸을 실어 이곳저곳을 주마간산식으로 흩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고, 목선 위를 오르고, 그네를 타고, 최소형 미니 말을 보고...

오후가 되어 한라산 등산팀과 합류하여 14번 올레길을 걸었다. 울울창창 산길을 헤치고, 들판이 이어지고, 선인장, 월령 포구, 비양도가 보이는 해안가를 걷고 걸었다. 마침내 금령 해수욕장을 지나 한림 최종 종점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행복했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몸도 피로로 찌들었지만, 마음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진귀한 맛과 맑고 깨끗한 공기로 정화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힘차게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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