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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Jan 15. 2024

단어의 결합으로 새로운 의미 창출하기

딱 1 문장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2)

“단어만 많이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걸리버 여행기’의 한 대목을 가져왔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세요. 두 사람 앞에 각각 커다란 주머니가 있습니다.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한 사람이 물건 하나를 꺼내면 다른 사람이 또 다른 물건을 꺼내는 방식으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폐가 손상되고 결국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말 대신 사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걸리버 여행기의 삽화 (Swift, 2019: 227쪽)

    

‘걸리버여행기’의 내용을 직접 인용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다음으로 언어를 다루는 방으로 갔다. 그곳에선 세 명의 교수가 자리에 앉아 자국의 언어를 개선하는 일을 협의하는 중이었다. 첫 번째 계획은 다음절어를 단음절어로 바꾸고, 동사와 분사를 배제함으로써 대화 길이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게 명사뿐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Swift, 2019: 225쪽)  <중략>      


이런 계획이 건강은 물론 간결함의 측면에서 큰 이득이 된다고 역설했다. 단어를 말할 때마다 폐가 다소 부식되어 줄어들고, 이는 명백히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중략>      


유일한 불편함은 사물을 지참하는 것뿐이었다. 하려는 일이 엄청나고 다양한 사람은 그것에 맞게 반드시 등에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담은 보따리를 지고 다녀야 했다. 물론 한두 명의 건강한 하인을 대동한다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교수들과 같은 입장인 현인 두 사람이 마치 행상인처럼 짐의 무게로 짓눌려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는 걸 봤다. 그들은 거리에서 만나 짐을 내려놓고 보따리를 푼 다음, 한 시간 정도 함께 물건으로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마친 그들은 물건을 다시 싸고, 짐을 등에 올리는 것을 서로 도와준 다음 헤어졌다(Swift, 2019: 226쪽).          


어떤가요? 좋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방금 전에 제가 말한, “어떤가요? 좋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말은 어떤 물건으로 표현하면 좋을까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유명한 대사, 나비족의 인사말인 “I see you.”는 도대체 무슨 사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I see you.”는 한 가지 의미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보고 있어요.”라는 의미일 수도, “당신의 내면을 보고 있어요.”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당신을 느낍니다.”라는 의미일 수도,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사물로 표현한다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사물과 일대일 대응하는) 단어만 많이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봐야 합니다. 단어(사물)의 결혼을 중매하고, 주례해준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사물들의 의미는 그들의 결혼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은 그들 사이의 인척 관계 때문에 그들 자신이 된다. 인간은 그들의 혼례를 주선하고 주례한다(이성복, 2001: 24쪽).     


이야기 만들기를 통해, 단어와 단어의 결합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바람으로 지금부터는 이야기 만들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창한 말로 포장(?)하긴 했지만, 매우 단순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 문장 만들기’가 시작입니다!

    



이성복(2001).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아포리즘. 서울: 문학동네.

Swift, J.(2019). 걸리버 여행기. (이종인 역). 파주: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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