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술카드를 활용한 ‘딱 1 문장 만들기’는 걸리버여행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믿어지시나요?
걸리버 여행기에는, 한 교수와 40명의 제자가 큰 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교수는)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따르면 지극히 무지한 사람도 적당한 비용과 약간의 육체적 노동만으로 철학, 시, 정치, 법, 수학, 신학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한 재능이 없고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Swift, 2019: 223쪽)
도대체 어떤 방법일까?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전문 서적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란 게 도대체 뭘까?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기계를 사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걸리버 여행기의 삽화(223쪽)
주사위 크기의 나무토막을 가느다란 철사로 연결한, 가로세로 6미터 크기의 기계입니다. 나무토막의 모든 면에는 '모든' 단어를 무질서하게 적은 종이를 붙여놓았습니다. 36명이 기계에 달라붙어 가장자리에 있는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나무토막의 배치가 달라지면서 매번 새로운 문장을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새 문장이 나올 때마다 4명이 문장을 받아 적기만 하면 됩니다. 그 작업을 반복하면 책 한 권을 만드는 것도 간단하다는 것입니다.(Swift, 2019: 223-225쪽 참고)
교수는 “젊었을 때부터 이 틀을 발명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으며, 틀에 모든 어휘를 담았고, 수많은 책을 참고하여 그 속에 나타난 분사, 명사, 동사, 그 외의 품사 등이 사용되는 일반적인 빈도를 지극히 엄격하게 계산했다(225쪽)”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 기계만 있으면 만들지 못할 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한 걸리버는, 만약 조국으로 돌아간다면 기계를 만든 교수를 “훌륭한 기계를 단독으로 발명한 사람으로 널리 알릴 것”이며 기계를 “발명한 영예가 온전히 그(교수)에게만 귀속되게 하겠다고 약속(225쪽)”합니다.
주어, 술어, 목적어를 정육면체의 각 면에 적고, 기계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지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독일군 암호 에니그마를 풀기 위해 봄브(봄베, The Bombe)를 만든 튜링도 (어쩌면 어쩌면) 걸리버 여행기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