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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Jan 20. 2024

세 글자 말놀이, 잰말놀이

딱 1 문장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7)

“딱 1문장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주목술카드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행위를 담을 동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주제에 충실하여, 1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① 세 글자 말놀이


‘세 글자 말놀이’는 tvN에서 방영한 신서유기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박수미 선생님이 제안한 말놀이입니다. 놀이 규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서로 돌아가면서 문장을 만드는데, 자기 차례가 왔을 때 단 세 글자로만 말해야 합니다. 하는 놀이입니다. 예를 들어, ‘홍대에’ ‘친구랑’ ‘갔는데’ ‘맛있는’ ‘음식을’... (신서유기의 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문장을 이어가는 놀이입니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어려운 놀이입니다.
    

‘숲에서’ ‘클로버’ ‘예뻐서’ ‘사진을’ ‘찍었어’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 다른 말놀이와 마찬가지로, 2음절 단어를 3글자로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세 글자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 수준에 따라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말고)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됩니다.      


네 글자 말놀이는 어떤가요?

‘다람쥐가’ ‘바위 위에’ ‘앉았다가’ ‘쪼르르르’ ‘내려와서’ ‘도토리를’ ‘먹었다요.’     

다섯 글자 말놀이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교사와 부모가 대신 받아 써줄 때,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말이 문법에 맞지 않다면, 고쳐 적어야 할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이들의 말을 말한 그대로 써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먹었다요.’도 ‘먹었대요.’로 고쳐 써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기에서나 글쓰기에서나 가장 큰 걸림돌은 ‘검열’입니다. 무엇인가를 말하거나 쓸 때,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검열을 합니다. 이때 그 검열자의 수와 검열 내용이 많아진다면? 말하기와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문법에 맞지 않는 아이들 말을 고쳐 적어주는 것 또한 교육적 배려입니다. 그런데 그 교육적 배려는 이야기의 ‘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좋을까?’ ‘이 말은 다르게 바꿔서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 없이 마음껏 말할 수 있어야 이야기가 늡니다!     


(세글자 말놀이는, 말놀이로 분류할까 하다가 단어보다는 문장완성이 목적인 놀이이기 때문에 ‘이야기 만들기’ 장에 포함했습니다.)  

    


② 잰말놀이     


‘재다’라는 말은 “동작이 재빠르다.”라는 의미를 담은 순우리말입니다. 그러니까 잰말놀이는 “빠르게 말하는 놀이”라는 뜻입니다. 빠르게 말하다 보면 혀가 꼬일 수 있겠죠! 그래서 영어로는 혀가 꼬인다는 의미로 ‘Tongue-twister’라고 부르는 놀이입니다.


어렸을 때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라는 문장 가지고 놀았던 경험 있으시죠? 바로 그게 잰말놀이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 촉촉한 초코칩과 촉촉한 초코칩

처음에는 촉촉했던 안 촉촉한 초코칩

안 촉촉한 초코칩과 촉촉한 초코칩

처음에는 촉촉했던 안 촉촉한 초코칩

안 촉촉한 초코칩과 촉촉한 초코칩

처음에는 촉촉했던 안 촉촉한 초코칩

(주니토니의 ‘절대 들으면 안 되는 노래’ 가사 가운데 일부)     


최연철, 2024. 2. 12 (wrtn으로 그림)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목이 긴 기린 그림인가 목이 안 긴 기린 그림인가?”라는 잰말놀이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만드신 분도 있습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바닷가를 달리는 기린 그림

세 시간 또는 네 시간씩 걷기만 하는 기린을 그린 그림

기린밖에 없는 기린 그림

그래도 오랫동안, 매일매일 그린 내 기린 그림

어쩌다가 다시 보면 비행접시처럼 떠 있는 기린 그림. (박상순, 2017: 114쪽)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기 있는 말뚝이 말 맬 말뚝이냐, 말 못 맬 말뚝이냐?      


내가 그린 구름 그림은 새털구름 구름 그림이고, 네가 그린 구름 그림은 깃털구름 구름 그림이다.      


들의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깐 콩깍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      


작년에 온 솥 장수는 새 솥 장수이고, 올해에 온 솥 장수는 헌 솥 장수이다.      


잰말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발음이 서로 비슷한 단어를 열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발음이 비슷해야, 빠르게 말할 때 ‘혀 꼬임(?)’이 심해지게 되고, 그래야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잰말놀이를 만들어 보면 더욱 좋습니다.  

    

기존 잰말 놀이를 활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목이 긴 기린 그림인가 목이 안 긴 기린 그림인가?”라는 잰말놀이는 ‘기역’과 ‘리을’이 들어간 단어를 반복하니까 초성이 ‘기역’과 ‘리을’인 단어(예: 고리, 공룡, 가루, 거름, 계란, 기름, 가래, 거리 등)를 활용하면 됩니다.      


제가 몇 개 만들어 보았습니다.

    

내가 그린 공룡 그림은 목이 긴 공룡 그림인가 목이 안 긴 공룡 그림인가?

거리에 걸린 공룡 그림은 고리로 걸은 공룡 그림인가 고리로 안 걸은 공룡 그림인가?

거리에 가래 뱉으면 가래 거리인가 안 가래 거리인가?

계란 걸러 가루 만들면 계란 가루인가 안 계란 가루인가?     


제가 만든 건, 말도 안 되고 어설픕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상상력으로 가득한 놀이일 수 있습니다. 스마일 게임과 같은 초성놀이를 하다가 잰말놀이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잰말놀이에 익숙해지면 점점 빠르게 말하기,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기 놀이로 변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면, 발음이 비슷해야 한다는 잰말놀이의 원칙을 무시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말한 보통 문장을 그냥 빠르게 말하는 것만 해도 매우 재미있는 놀이가 됩니다.      




박상순(2017). 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시집. 파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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