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독자와 통하였느냐?

~ 쉽게 글을 쓰는 팁 3가지

by 이남희

~ 쉽게 글을 쓰는 방법 3가지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첫째 내 뜻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어려서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다른 사람들 마음도 다 네 마음 같으려니 해야 한다고.

배려라는 도덕적 행동을 위해선 기본룰이겠지만, 글을 쓸 때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다른 사람과 나는 마음이나 생각이 각각 다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며,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해받기 딱 좋다. 말이라는 다리를 제대로 놓지 않으면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 사이에선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한때 뇌과학이 유행이어서 그 방면의 책들을 기웃댔었는데, 프린스턴 대학에서 행한 실험이었다. 한 사람이 청중 앞에 나와 입은 꾹 다물고 머릿속으로만 노래를 부른다. 동시에 그 노래에 맞춰 양손으로 박자를 두드린다. 애국가든 유행하는 팝송이든 상관없다. 노래가 끝난 다음 그 사람에게 묻는다. 청중 가운데 몇 명이나 당신이 부른 노래 제목을 맞출 거라 짐작하느냐고. 대답은 평균 70에서 80퍼센트 사이였다는데, 실제로 청중들이 제목을 맞춘 비율은 30퍼센트 미만이었다고 한다.

에세이쓰기 강의에서 이 실험을 자주 예로 내놓곤 한다. 대충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독자는 내 마음처럼 찰떡같이 알아차릴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글쓰기 수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지만 대다수는 내향형이다. 당연한 일이다. 인생을 되돌아보고, 곱씹고, 거기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발굴하여 발전시키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그렇기에 과제를 읽다 보면 멋진 발상, 뜻밖의 인생 해석, 새로운 관점들이 넘쳐나서 읽는 일이 짜릿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내용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펼쳐놓는 데는 서툴다는 사실이다. 사실 내향형은 외향형에 비한다면 의사소통에 별반 신경쓰지 않는다. 내 뜻이 어느 정도 전달되고 있는가? 어떤 방법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엔 소홀하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캐내어 발전시키는 걸 즐거워한다. 때로는 아예 무관심한 게 아닐까 싶을 때조차 있다.


글을 쓸 땐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멋진 표현, 말이 만들어내는 감탄스러운 뉘앙스나 이미지 같은 건 의사소통이 된 다음에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뜻이 통해야 공감이 시작되는데, 내 머릿속에서 상상한 그림이 문장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는 일은 흔치가 않다. 쓰는 이에겐 명백하기 그지없는 사실일지라도 독자들에겐 낯설며, 때로는 불명료해서 악몽처럼 혼돈 그 자체인 경험일 수도 있다.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는 걸 첫 번째로 삼자.

그러자면 다음 3가지 팁이 도움이 될 것이다.

① 단문으로 쓴다.

② 문단 단위로 생각하고 쓴다.

③ 사실문장과 의견문장을 나눠서 쓴다.


첫쩨 팁, 단문으로 쓴다.

잘 통하는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명확하다. 주어와 서술어를 못 맞추는 사람도 있나요? 할지 모르지만 때로는 프로작가들조차 주술 관계가 불명확한, 그래서 주어가 실종된 문장을 쓰기도 한다. 문장을 잘 쓴다는 건 주술 관계가 명료하게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단문을 쓰면 된다. 단문은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명료하게 드러나 쉽고 빠르게 쓰게 되고, 독자들도 쉽게 빠르게 뜻을 이해한다. 그래서 단문은 정보화, 영상화가 일상이 된 지금 시대에 적합하다.

보통 단문쓰기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① 읽히는 속도가 빠르다. 다시 말해 가독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②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명확히 드러난다.

③ 느낌이 좋다.

④ 움직임이 강조되어 글에 생동감이 생긴다.

⑤ 독자의 기억에 쉽게 안착하여 오래 남는다.

수강생들을 유혹하기 위해 나는 긴 문장으로 책을 쓰곤 했던 작가가 단문으로 끊어치면서(키보드를 두드리는 시대여서 그런지 끊어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례를 들기도 한다. 사실 나는 그분의 책이라면 긴 문장으로 쓰였던 시절에도 읽기 좋아했었다. 그러나 소수의 독자만 그러했다. 그러다 단문으로 쓰면서 삽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 문단의 빼어난 스타일리스트로 추앙받고 있다.

단문으로 쓰라는 충고는 외국의 베스트셀러 쓰는 법이라는 책에서도 앞부분에 나와 있다.

단문쓰기는 그만큼 글을 멋지게 하고 힘을 주어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단문은 무엇인가? 보통 마침표를 찍기 전 3~5 단어 안쪽인 문장 등등 대답하지만 쉽게는 한 문장 안에 한 가지 정보만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여러 정보가 머릿속을 맴돌 땐 한 정보씩 잘라서 ‘~다. ~다. ~다.’ 로 쓰면 된다. 정보 하나에 마침표 하나.


영희는 예쁘다.

영희는 이웃집에 산다.

영희는 어제 놀러왔다.


또 하나 글 잘 쓰는 팁, 쓴 다음 소리내어 읽어본다.

위의 3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면 “~다. ~다. ~다.” 하여 입에 자갈을 문 것처럼 매끄럽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흔히는 중지법을 쓰게 된다.


영희는 예쁘고, 이웃에 사는데, 어제 놀러왔다.


이런 걸 중문이라고 부르는데 중문은 쓸 때 말이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어 단문으로 쓸 때보다 기분이 좋다. 왠지 글을 잘 쓰고 있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혼자 글을 써왔다는 이들의 글은 중문인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쓸 때는 기분 좋겠지만 주어 서술어 관계가 불명료하거나 맞지 않는 (때로는 주어의 실종이나 주술관계가 꼬이거나 앞절과 뒷절의 수동태 능동태, 시제 불균형 등으로 눈에 띄게 잘못된 부분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이상한)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문이 되면 말이 늘어져 힘이 없으므로 독자들에게 내 뜻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한다.

중문을 피하라고 하면 복문을 쓰는 이들이 있다.


어제 놀러왔던 이웃집에 사는 영희는 예쁘다.


주어를 꾸미는 수식어구로 정보를 우겨넣는 문장이다. 그러면 읽는 사람들 뇌에선 0.01초 사이이겠지만 어제 놀러왔다는 정보, 이웃집에 산다는 정보가 어디에 붙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잠깐의 공백이 생긴다. 이런 공백이 켜켜이 쌓이면 가독성이 떨어져 앞 페이지를 읽고 뒤 페이지로 넘어가면 앞 페이지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참사가 발생한다.

읽기 좋은 문장은 중요한 것, 정보의 중심이 먼저 나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읽는이의 머릿속은 편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보통은 주어이다.


물론 장문을 필요할 때가 있다.

중문은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의미를 전하고 싶을 때 적합하다. 그래서 단문을 늘어놓은 다음 그걸 모아 아퀴지을 때 흔히 복문을 이용한다. 복문은 수식어구를 이용하여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을 연결할 때 사용하면 접속사 없이 매끄럽게 쓸 수 있다.


일단 정보를 하나씩 잘라서 내놓는다는 기분으로 글을 쓰면 저절로 단문쓰기가 된다. 나중에 읽어보면서 글의 흐름이나 톤, 뉘앙스 들을 고려하여 중문이나 복문으로 바꾸면 되니까 우선은 정보를 하나씩 잘라서 내놓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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