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쉽게 글쓰는 팁 2

by 이남희

~ 문단 단위로 쓴다.


쉽고 빠르게 뜻이 명확히 드러나는 글을 쓰는 방법은 문단 단위로 글을 구상하는 것이다.

문단이란 글 속의 글 덩어리이다.

단어가 모이면 문장이 되듯, 문장이 모이면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서 한 편의 글을 이룬다.


음절 < 단어 < 문장 < 문단 < 글


글을 구상할 때, 창작노트에 쓰려는 내용을 문단 단위로 나누어서 펼쳐놓으면 쓰기가 쉽다.


문단이란 글 전체의 주제를 일부 짊어지는 소주제문장이 있고 그 소주제문장을 뒷받침해주는 뒷받침문장으로 구성된다.

문단은 외형적으로 한 칸 들여 써서 문단이 시작됨을 표시하고 한 문단이 끝난 것은 행갈이(키보드의 엔터키를 친다)하여 나타낸다.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요즘은 행갈이하는 대신 한 줄을 띄우기도 한다) 아무튼 문단이 한 덩어리씩 나눠져 있어야 읽기에 편하다.

문단은 보통 4~8개 정도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게 읽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문단을 이루는 문장들을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① 소주제문장 (topic sentence) 그 문단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② 뒷받침문장 (body sentence) 소주제문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주로 예시, 설명 등의 내용을 담으면 된다.

③ 결론문장 (concluding sentence) 문단 내용을 정리해서 소주제문과 호응이 되도록 쓴다.


그러므로 글을 구상할 때 소주제문장을 중심으로 정리해 창작노트에 소주제문장을 짧게 표시해가면 쉽다.


예시 1

* 소주제문장 : 독서는 정서적 안정과 공감능력을 키워 준다

* 뒷받침문장은 소주제문장을 지원해주는 예증, 논증, 설명하는 내용이 된다. 즉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속 인물들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공감을 통해 인생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이야기 속에 몰입하여 직접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

* 그 다음 결론문장을 쓴다.

독서를 통해 안정과 공감할 줄 알게 되어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의 예시는 내 생각이나 현상을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요구하는 내용이어서 결론문장까지 드러내 쓰고 있으나 감정이입이나 공감을 목적으로 한 소설이나 수필을 쓸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글쓴이의 주장이 지나치게 드러나면 ‘가르치려 든다’, ‘도식적이다’ 등의 반응으로 독자의 공감을 해칠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감동을 목적으로 한 글은 결론문장이나, 소주제문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 낫다.


예를 들자면 이번 문단에선 아버지의 성실성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정했다.

* 소주제문장 : 아버지는 성실하셨다.

* 뒷받침문장 : 아버지는 어떻게 성실하셨는가를 내놓으면 된다.

40년을 결근 한 번 안 하셨다.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자녀들을 돌보셨다....


이런 내용이 창작노트에 메모가 되었다면 아버지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문단에다 뒷받침문장을 늘어놓고 소주제문장은 감춰두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는 뒷받침문장을 줄줄 읽으면서 성실한 분이셨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이럴 경우 글에는 소주제문장이 나오지 않지만 글쓰는 이는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뒷받침문장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아버지는 성실하셨다, 가 소주제문장이면 성실성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사진이나 사건을 보여주듯 그려주면 된다.


내가 열두 살 때였다. 공장이 망해 졸지에 직장을 잃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는 봉급 대신 받아온 가방짐을 들고 나가셨다. 그리곤 밤늦게 먼지투성이에 몹시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시곤 했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으니 아버지는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지방 오일장을 다니며 가방을 파셨다고 했다. 새벽 흐릿한 박명 속 아버지가 짐보따리를 싸느라 부스럭거리면 나도 따라 눈을 뜨곤 했는데, 더 자라. 아직 이르다, 며 나지막히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면서 아버지는 성실하셨다는 소주제문장을 내놓고 보여주지 않아도 아버지의 성품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면 더 잘 된 글이다.


성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는 키가 크셨다. 눈빛이 강렬했다 같은 외모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행갈이를 해서 새로운 문단으로 아버지의 외모를 쓰면 된다. 즉 아버지의 성품에 관한 이야기 한 문단, 아버지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 한 문단…… 이렇게 문단 구분을 하면서 써나가면 글이 정연하고 명확하게 된다.


짧은 글 한 편은 이런 문단들이 대충 1 : 3 : 1 정도로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좋다.

① 시작하는 문단 (도입) 1개

② 펼치는 문단 (전개) 3개

③ 마무리짓는 문단 (결말) 1개

꼭 이대로 따라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틀을 염두에 두면 머릿속 내용을 글로 펼치는 게 한결 쉽게 느껴질 것이다.

① 시작하는 문단은 전체 글의 개요를 소개하거나 독자를 안내하는 기분으로 쓴다.

② 펼치는 문단의 내용은 구체적인 예시, 사례, 분석 등이 들어가면 된다.

③ 마무리짓는 문단은 앞에서 펼쳤던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서 나의 감상이나 느낌을 쓰면 된다.


<문단을 바꿔야할 때>

1. 시점 견해를 새롭게 바꿀 때

2. 별도로 다른 생각을 말하고자 할 때

3. 색다른 논점으로 이야기를 옮기려고 할 때

4. 구체적인 예를 들고자 할 때

5. 이야기의 소제목이 바뀔 때

6. 대사(회화)에서 말하는 사람이 바뀔 때

7. 문헌을 이용하거나 인용할 때

8. 때나 장소가 바뀌는 걸 나타내고자 할 때

9. 특별한 다른 사건을 언급하고자 할 때

10. 인물이나 행동이 바뀔 때

keyword
작가의 이전글9. 독자와 통하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