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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niemo Jun 24. 2020

임원 퇴직성공기(1)

트렌드 편

한해 몇 명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날까?

 

기업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대기업 주요 계열사 당 년간 평균 약 5~10명의 임원이 퇴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사 개수를 고려하여 10대 그룹사로 확대하면 약 800~1,000명 상. 이를 1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진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수는 2014년 7,212명에서 2019년 6,790명(추정)으로 감소되었다. 이는  조직의 세대교체 영향으로 인한 베이비부머들의 이탈과 직 체계의 flat화로 인한 임원 직급의 절대적 감소 등 복합적 에 기인한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이후의 고용 구조를 예측한다면 향후 임원들의 퇴직 러시는 가속화될 것이다.

 

* HR 담당자 및 퇴직임원 인터뷰 결과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세대교체로 인한 베이비부머들의 퇴직 증가

최근 ‘젊은 조직’, ‘연공 없는 인사 정책’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의 베이비부머 퇴직 임원수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2018년 삼성물산의 신규 임원은 9명인 반면, 퇴임 임원은 17명으로 두 배에 가깝다. 동기간 삼성전자는 전체 임원 수의 약 10%를 감원했고, SK 텔레콤은 같은 시기 23명의 임원이 퇴임하면서 70~80년대 생(生)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추세에 있다. LG 역시 2018년 말 전 계열사에서 약 100명이 퇴직한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

 

이전 글 서비스 준비(1)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퇴직 후 계획이 구체화된 임원 비율은 매우 적다. 임원을 대상으로 한 ‘퇴직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계획 없다(25%)’, ‘재취업(30%)’, ‘자영업 및 창업(29%)’, ‘귀농/귀촌(8%)’, ‘기타(8%)’의 응답이 나왔으나, 재취업, 자영업/창업 등의 성공 비율을 고려하면 구체적 실행 계획은 매우 부족하다. 또한, 재취업에 대한 의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20% 미만이며, 이마저 outplacement 회사나 헤드헌터 사가 아닌, 그동안 쌓아 온 개인 네트워킹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급 퇴직 인력의 재취업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퇴직 이후 계획에 대한 트렌드 변화

대기업 퇴직 후의 관행으로 여겼던 중소기업, 계열사 및 관계사 임원으로의 전환, 고문 및 자문 역으로의 활동 가능성도 이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퇴직임원들은 이제 재취업에서 ‘내가 원하는 일’, ‘내 브랜드 찾는 일’로 사고의 변화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또한, 재취업 후 3~4년 뒤 은퇴하기보다, 지금 당장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장기적인 Life plan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젊은 C-Level Professional의 등장

통계에 따르면, 퇴직 임원의 평균 나이는 52~55세이며, 퇴직 임원의 약 40%는 3년 이내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임원 발탁 연령은 46~49세가 36%로 가장 많으며, 이후 약 2~3년간 임원으로 재직한다. 퇴직 체감 연령이 50대 초반으로 낮아짐에 따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수용적 인식과 주체적인 노력을 시도하는 Young C-Level Professional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에서의 경쟁 및 역할에 대한 부담감으로 lifestyle에 대한 준비가 사전에 이루어지기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이러한 문제 인식에도 불구하고, 퇴직 후 재취업 이외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 그리고 창업이나 자영업, 귀농/귀촌에 대한 옵션 역시 구체적인 계획 보다는 막연한 대안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정도'의 옵션이다. 그 역시 철저한 준비 없이는 이루지 못한다. 고객은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대안을 원하지만, 시장 내에서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조직 내에서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해 온 경영진의 경우, 퇴직 후 관련된 정보를 찾거나 action plan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한 것일까?

 

(임원/경영진의 특성, 성향 및 니즈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퇴직 후 새로운 생활에 성공한 전직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도 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노후 생활비가 마련되었다고 퇴직 준비가 아니라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할지’ 그 생각부터 곰곰이 하라고요. 그게 뭐든… 저도 그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 퇴직 7년 차, 예술가, 전 글로벌 기업 리더


“퇴직 준비, 현직에 있을 때 하세요. 그럴 상황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아요. 나도 그랬고… 임원이 되는 순간부터, 그다음에 뭘 할까…를 생각하세요. 닥치면 정말 늦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받으세요. 가족과도 충분히 대화하고요.”- 퇴직 5년 차, 작가, 전 대기업 전무


“모든 이별에는 애도 기간이 필요해요. 일도 사람도… 그 과정을 복기해보는 절대적 시간 말입니다. 하물며 몇십 년을 함께 한 직장인데 하루아침에 감정이 정리될까요? 어렵더군요.  하지만 그 정서에서 어서 빠져나와야 다음 인생을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퇴직 5년 차, 전직, 전 외국계 IT 기업 대표


“내가 무엇을 잘하는 건 둘째 치고, 이제와 뭐라도 할 수나 있을지… 그 생각이 가장 큰 고역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내가 몰라요. 남들에게는 괜찮다고 하는데… 한 동안 괜찮지가 않아요. 그러니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해요.– 퇴직 3년 차, 창업, 전 대기업 상무


“길 가다가 나를 보고 ‘할아버지’하고 부르는데 화가 나는 겁니다. 한국 남자들 체면 내려놓는데, 최소 3~4년은 걸려요. 저도 그랬어요. 10년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높은 포지션에 있었으면 더 대접받고 싶어 해요. 소용없어요. 진정한 ‘나’로 어서 돌아가야 합니다.”- 퇴직 4년 작가, 교수, 전 대기업 부사장


성공적인 퇴직은 멀리 있지 않다.

퇴직 전에 미리 준비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노후 자금만큼 새로운 ‘커뮤니티’도 마련해야 한다.


'임원 퇴직성공기(2) - 이해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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