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티셔츠, 생각토하기
시간여행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어디서 본 거였는지 아니면 아이디어를 얻은 건지 몰라도, 종종 내가 90살 먹은 할머니였는데 눈을 뜨니 지금으로 돌아왔다고 상상한다. 그러면 젊은 상태인 우리 가족의 존재 자체가 감사해지고, 나의 젊은 육체와 모습에 행복감을 느낀다. 종종 불만이 많았던 연애와 친구관계도 그냥 귀엽고 우습다. 특히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졌다고 상상한다. 그러면 나의 미래를 더 좋게 바꿀 절박한 생각에 의욕이 넘쳐난다. 미래에서 왔다면 지금 무엇을 바꿀 건가요?
주변에서는 아직 서른이 되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연락이 오고,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들리는데 동시에 내 일터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불균형은 어디서 오는 건가 생각해봤는데,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다변하고 불안정한 현 상황에 고정인력을 쓸 여력이 없어서, 고정인력은 축소하고 계약인력을 늘리는 거겠지. 이에 맞춰 개개인도 살아갈 준비를 해나가야 할 세상인가 보다.
운동하다 돌아오는 화창한 날이었는데 길가에 핀 철쭉이 고화질 tv 액정을 홍보하는 것처럼 아름답고 선명해서 그 자리에 서서 1분 정도 넋이 나간 상태로 바라보았다. 눈에 담는 것만 못해서 눈에 넣기 바빴다.
정말 멋진 계절이다.
일의 전 후 과정을 떠올려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에 남들보다도 어쩐지 굉장히 죄책감을 느끼는 편인 것 같다.
어제 연인과 함께 한 데이트에서 날이 그저 좋아서 사서 마신 아메리카노와 라테가 그랬다. 이걸 대비해서 접이식 실리콘 컵을 산 것이었는데, 까먹고, 미루다가 또 놓고 나와 마음이 참 그랬다.
남자 친구가 웃기는 고양이 티셔츠를 선물해줬다.
“차에 아기 고양이가 들어왔어.”라는 대사와 함께. 깜짝 놀라서 자동차 문 수납 부분을 봤더니
새끼 고양이 3마리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나라면 절대 안 살 디자인인데, 내 생각하며 고른 그 시간들이 기특해서 그냥 웃었다.
왜 이 특이한 고양이 티셔츠일까? 고민하고 고민했는데, 며칠 전에 출근길에 찍은 고양이 사진을 그에게 보내줬다는 것 외에는 그 고양이 티셔츠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나만 모르는 유행템인 거 아니야.
일주일 동안 이리저리 정신없이 일하고 나면 머릿속이 무거워지는지, 생각을 빨리 토해내야 할 생각에 근질근질 해진다. 가끔 그런 생각들은 글감이 되어 한 장이상의 분량이 나오지만, 대부분 단편적이고 힘이 없는 생각들이라 길게 펼칠 수 없는 나의 빈약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탄식한다. 작가들의 짧은 글이 이렇게 나오는 거 아닐까. 버리기는 아깝고 뭔가 강렬한 한줄 같은 것들.. 계륵..!
이런 생각들을 키우고 키워서 늘리면 꽤 탄탄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일단 토해본다. 생각에 힘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필라테스라도 보내서 체력을 길러야 하는 건가.
한 달 15분 99회 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나름 대화는 통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영어수업에 단어와 문장 구조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용기를 내어 수업 다시 듣기를 해보았는데 리액션만 잘하고 문장들이 빈약했다. 흡수하는 단어와 구조가 없이 뱉어내기만 잘하니 눈치와 리스닝만 늘었나 보다.
흡수할 시간을 줘...
오랜만에 에픽하이 노래를 들었다. 학생일 적 주로 문제 풀면서 들었던 에픽하이 노래들이라, 순간적으로 가사가 들리거나, 펀치라인이 들리면 호들갑을 떨며 소름을 즐기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재미를 즐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는 좀 들어보려고 에픽하이 노래를 틀어놨다.
먹는 것도, 하는 것도, 사는 것도 매일 사는 것만 사는 것 같아서 안 해본 것을 하기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해본 방식대로 하기, 안 해본 것 먹기, 나라면 절대 안 입을 옷 입기, 절대 안 할 짓하기?
스스로의 취향에 질려버린 것인가. 지금까지의 인생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른 방식을 취해보고 싶은 것인가
주말이 오면 알차게 보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야속하게 흘러가 버렸다.
다음주에 일어날 즐거운일(급여일) 과 기대되는 일(급여일???)들로 스스로를 위로한다.